HD현대(267250)그룹과 두산(000150)그룹이 한국 건설기계 최강자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건설기계 부문 핵심 계열사를 HD현대에 팔았던 두산은 두산밥캣(241560)의 선전으로 올해 매출액 기준 건설기계 부문 1위 자리를 되찾았다. HD현대는 다음달 초 CES2024에서 건설기계 분야 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두산이 강세를 보이는 미국 시장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28일 건설기계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기준 7조443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HD현대 건설기계 부문 매출 7조4117억원(HD현대인프라코어(042670) 3조6780억원, HD현대건설기계(267270) 2조9791억원, HD현대사이트솔루션 7546억원)을 뛰어넘은 결과다.

두산밥캣의 스티어스키드 로더./두산밥캣 제공

건설 분야 전문조사기관 KHL 순위 정보 옐로테이블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작년 매출액 기준 글로벌 건설기계 업계 11위로 전년 대비 3단계 상승했다. 점유율은 2.9%로 전년 2.0%보다 0.9%포인트(P) 늘었다.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를 HD현대에 팔면서 잃어버렸던 건설기계 부문의 명성을 되찾은 셈이다.

HD현대는 건설기계 부문 중간 지주사 현대제뉴인(현 HD현대사이트솔루션) 출범 당시 2025년까지 건설기계 분야 세계 5위권 도약이라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작년말 기준 점유율(HD현대인프라코어 1.6%, HD현대건설기계 1.2% 합계)은 전년 2.6% 대비 0.2%P 상승했고 순위는 11위에서 12위로 밀려났다.

두 그룹의 운명을 가른 것은 주력 시장의 부침이다. 중국 시장 비중이 컸던 HD현대 계열사들과 다른 경쟁사들은 최근 중국 경기의 후퇴와 XCMG, 싸니(Sany), 줌라이언(Zoomlion) 등 중국 자체 브랜드의 성장으로 매출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반면 미국 시장 비중이 압도적인 두산밥캣은 미국 소형건설기계 시장이 성장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다.

HD현대는 미국 매출 확대를 위해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마련하며 반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대동(000490)에서 공급받는 콤팩트트랙로더, 스키드스티어로더 등 소형건설기계 제품군이 비밀 무기다. 이들 제품은 북미에서 전원주택 및 개인농장 관리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시화가 진전된 선진국 시장을 목표로 한 소형 굴착기 제품군도 대거 확충했다. HD현대는 중국 외 신시장 확대를 위해 광물 채굴에 필요한 140톤(t) 이상의 초대형 굴착기 제품군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 울산 HD현대건설기계에서 열린 새 소형 굴착기 7종 출시 행사 참석자들이 신제품을 체험하고 있다./HD현대사이트솔루션 제공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시너지를 높이고, 상호 시장잠식을 줄이기 위해 통합 플랫폼 구축 작업도 박차를 가한다. 2025년 양산을 목표로 시제품을 테스트 중인 통합 플랫폼이 완성되면 HD현대 계열사들은 현대차(005380)기아(000270)처럼 동급 건설기계를 단일 플랫폼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북미 시장에서 격돌하는 두 그룹의 경쟁은 다음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24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HD현대는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Xite Transformation)’이라는 인프라 건설 혁신전략을 들고 정기선 부회장이 직접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전시관에서는 HD현대의 첨단 무인·자동화 기술력을 활용한 차세대 건설 현장의 미래상과 현장 관제 설루션 및 원격 제어 기술 등을 선보인다.

두산그룹은 2년 만에 마련한 전시관에서 유압시스템까지 전동화에 성공해 CES 혁신상 2관왕에 오른 완전 전동식 스키드 로더 ‘S7X’, 조종석을 없앤 무인 콘셉트 로더 ‘로그X2′, 무인 잔디깎이 등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