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에서 화학 사업을 담당하는 애경케미칼(161000)이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계열사 재무건전성 악화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몇 년 새 부진하던 제주항공(089590)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AK플라자는 적자가 커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애경케미칼은 계열사 수원애경역사를 대상으로 500억원 단기 차입을 위한 금전대여를 결정했다. 이 돈은 백화점 AK플라자를 운영하는 AK S&D를 지원하는 데 쓰였다. AK S&D는 이달 초 수익성 개선을 위해 매출이 가장 높은 백화점 점포 AK플라자 수원점을 갖고 있는 수원애경역사를 흡수합병했다.

애경케미칼 청양공장 전경. /애경케미칼 제공

AK플라자는 명품 브랜드 유치 실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이 맞물린 여파로 실적이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회사 순손실은 전년대비 40% 증가한 247억원이다. 지난 2020~2022년 3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659억원, 순손실은 908억원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에 이어 AK플라자의 실적 부진이 심화하면서 애경케미칼의 신규 투자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통상 그룹 내 재무건전성 리스크(위험 요인)는 우량 계열사의 자금 조달 불확실성으로 번질 수 있다. 특정 계열사에 대한 평가가 안 좋아지고 그룹 신용평가 등급이 영향을 받으면 자금 확보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애경케미칼은 지난 2021년 애경유화, 에이케이켐텍, 애경화학 통합법인 출범 이후 그룹 내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제주항공이 가장 크지만,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은 애경케미칼이 가장 많다. 애경케미칼의 연간 매출은 2020년 9089억원에서 2021년 1조5701억원, 작년에는 2조1764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620억원, 430억원이다.

애경케미칼은 다른 경쟁사들처럼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는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을 통해 친환경 제품이나 고기능성 플라스틱 원료 등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회사 매출의 절반가량은 가소제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애경케미칼은 지난달에 이른바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 핵심 원료 TPC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2025년까지 울산에 TPC 공장을 짓고, 2026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애경케미칼은 나트륨(소듐)이온배터리(SIB)를 구성하는 필수 소재인 하드카본 음극재를 개발해 고객사를 대상으로 성능 및 안정성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그간 그룹의 골칫거리였던 제주항공은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매출 4368억원, 영업이익 444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시기 회사를 이끈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은 지난달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