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267250)가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건설기계 분야 기업들이 해외에서 대규모 수주를 노리고 있다. HD현대가 건설기계 무인화 및 자동화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이미 진입한 미국 시장뿐 아니라 향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수주전에서도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HD현대는 내년 건설기계 3사(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인프라코어(042670), HD현대건설기계(267270))를 필두로 글로벌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그 시작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이다. 이전까지 HD현대는 CES에서 회사 대표 사업인 조선업을 강조해 왔으나 내년에는 건설기계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9월 20일 오전 충남 보령 HD현대인프라코어 시험장에서 콘셉트-X2 무인 불도저가 평탄화 작업을 하고 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무인 불도저는 캐빈(조종석) 없이 입력값에 따라 자동 작업이 가능하다./윤예원 기자

CES 2024에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Xite Transformation)을 주제로 잡았다. HD현대는 이에 대해 “육상 인프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현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중간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663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그룹 전체 영업이익(1조6737억원)의 40%(39.6%) 수준이다.

HD현대는 내부적으로도 건설기계 3사의 해외 입지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HD현대에 따르면 건설기계 3사의 매출 가운데 해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85%다. 회사는 이번 달 초 3일에 걸쳐 건설기계 3사 임원진을 모아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와 사업장에서 글로벌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 1월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두고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HD현대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정기선 당시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업계에서는 HD현대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굵직한 해외 건설 현장에서 공격적인 수주를 노리는 것으로 본다. HD현대건설기계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대표 종합건설회사인 알 라프 컨트랙팅(Al Rawaf Contracting)사와 중대형 굴착기 100대에 대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8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중대형 굴착기와 휠로더 50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연말까지 800대 수주가 예상된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CES 2024에서 신규 무인 자동화 설루션 Concept-X2(콘셉트-X2)를 선보인다. 콘셉트-X2는 지형 측량부터 기계 조작까지 건설 현장의 모든 작업을 무인화·자동화하려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종합 관제 설루션이다. 지난 2019년 12월 공개한 콘셉트-X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동욱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은 지난 9월 “네옴시티가 콘셉트-X2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사내에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추진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지난 7월에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한-우 재건협력 포럼’에 참석해 HD현대건설기계 30톤(t)급 크롤러 굴착기 2대, HD현대인프라코어 21t급 휠 굴착기 2대, HD현대사이트솔루션 2.5t급 지게차 1대 등 총 5대를 기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