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음원차트 위주의 서비스에서 벗어나 이용자 취향을 기반으로 한 자동 선곡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12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유튜브뮤직 애플리케이션(앱)의 11월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는 616만명으로 1위 멜론(634만명)을 추격하고 있다. 유튜브 뮤직 MAU는 올해 1월(505만명)부터 10월(618만명)까지 매달 늘었다. 반면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은 이용자가 줄고 있다. 멜론은 10개월 동안 60만명이 빠져나갔다. 지니(지니뮤직(043610)), 플로, 벅스(NHN벅스(104200))도 연초 대비 10% 안팎으로 줄었다.

그래픽=정서희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국내 2344명을 대상으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방법을 조사한 결과, 자신이 만든 재생목록이나 플랫폼이 집계한 음원차트에서 직접 노래를 골라 듣는 비중은 줄고, 취향이나 기분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비중은 늘고 있다.

음원 플랫폼으로 음악을 듣기보단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 뮤직비디오, 라이브 클립, 플레이리스트 등 음악 관련 동영상을 이용한다는 답변도 높았다. 유튜브뮤직은 정식 음원뿐만 아니라 유튜브에 업로드된 동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국내 플랫폼은 이용자를 잡기 위해 플레이리스트 기능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용자들이 음원 차트를 탐색하며 선곡하지 않아도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자동으로 추천하거나 분위기별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식이다.

그래픽=정서희

SK(034730) 계열 드림어스컴퍼니가 운영하는 플로(FLO)는 이달 초 ‘무드(Moood:)’ 서비스를 선보였다. 무드는 플레이리스트를 영상과 함께 짧게 미리 들어보고 고를 수 있는 서비스다. 숏폼 형식에 익숙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출생)를 겨냥해 화면을 위아래로 넘기면 플레이리스트 이미지나 영상이 세로 비율로 나오고 미리듣기 음원이 자동 재생되도록 했다.

플로는 자체 인공지능(AI) 언어모델을 활용해 ‘유산소 운동할 때 들을 신나는 아이돌 노래’와 같이 자연어로 검색하면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해 내는 기술도 개발했다. 연내 플로 일부 서비스에 먼저 적용하고 내년에 활용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멜론도 지난 9월 음악 감상 서비스 ‘믹스업(MIX UP)’을 출시했다. 믹스업은 이용자가 음악을 한 곡 골라 들으면 비슷한 노래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 나오는 서비스다. 이용자의 음악 감상 기록에 맞춰 좋아할 만한 곡을 들려준다. 추천 기준은 선곡한 노래와 유사한 곡뿐만 아니라 가수별, 장르별 등 다양하다.

NHN벅스의 '에센셜(essential;)' 플레이리스트. /NHN벅스 제공

벅스는 ‘에센셜(essential;)’이라는 플레이리스트 브랜드를 2019년부터 운영 중이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감성을 앞세워 동명의 유튜브 채널로 이름을 알렸다. 전날 기준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30만명이다. 벅스는 인기에 힘입어 벅스 앱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선보이고 있다.

에센셜은 벅스의 핵심 B2B(기업 간 거래) 사업으로도 자리 잡았다. 벅스는 다양한 업체의 오프라인 매장 분위기를 음악과 배경화면으로 채우는 ‘공간 큐레이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 호텔, 식음료 브랜드에 이어 LG(003550), 삼성과도 제휴를 맺어 장식형 에어컨, 스마트TV에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은 음악 한 곡 한 곡을 집중해서 듣기보단 다른 일을 하면서 기분이나 분위기에 맞는 배경음악처럼 감상하는 경우가 많다”며 “또 노래를 귀로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 요소가 가미된 콘텐츠와 함께 감상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