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선복량 기준 세계 8위의 국적선사 HMM(011200)이 채권단 관리 7년 만에 새 주인 선정을 앞두고 있다. 컨테이너 정기선 사업 경험이 거의 없는 입찰 참가자들이 자산 규모가 더 큰 HMM의 어려운 과제들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해운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의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HMM 주식 3억9879만주(지분율 57.9%)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참여한 동원그룹과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 2곳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HMM 제공

현재 해운업황은 경기둔화와 컨테이너선 공급과잉으로 불황기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세계최대 해운동맹 2M(MSC와 머스크) 붕괴에 따른 무한경쟁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다가오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내내 20피트(ft) 컨테이너(TEU)당 1000달러를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1TEU당 1000달러는 해운업계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HMM 실적이 좋았던 지난해 초에는 SCFI가 1TEU당 5000달러였다.

이에 올해 3분기 HMM의 영업이익은 75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2조6004억원 대비 97% 감소했다. 또다른 글로벌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Maersk), 이스라엘 짐 라인(ZIM LINE), 대만 완하이(Wan Hai) 등은 적자로 전환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점유율 기준 세계 1, 2위인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Maersk)가 구성한 해운동맹 2M의 2025년 해체가 확정됐다. 2M,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등 3개 동맹으로 이뤄지던 균형이 깨지면 업계 경쟁이 더 심해지고 운임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MM 내부에서는 HMM보다 자산규모가 작은 매각 입찰 참가자들을 우려의 눈으로 보고 있다. HMM 노동조합은 입찰 참가자들의 재무 상황을 지적하며 매각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해진공 경영진과 만나 ‘HMM의 현금성 자산을 해운업에 쓸 수 있도록 매각 조건을 달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 참가자들은 HMM 인수금융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매년 HMM으로부터 대규모 배당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입찰액이 동원보다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 하림 측은 이달 초 매각 측과 주주 간 계약서 협의 과정에서 2024~2025년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기간이 도래하는 1조6800억원 규모의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이 HMM의 배당을 3년간 포기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되면 하림 측은 매년 약 1000억원을 배당으로 더 확보하게 된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기 전 발행주식은 총 6억8904만주로, 매각 대상 HMM 주식 3억9879만주는 지분율은 약 57.9%에 해당한다. 매각 측이 보유한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발행주식이 총 10억2504만주로 늘면서 입찰 참가자들이 보유한 지분율은 약 38.9%로 감소한다.

해운업계는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이 HMM의 현금성 자산을 노리는 듯한 모습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제한적이고 컨테이너 정기선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두 그룹으로 입찰 참가자가 좁혀졌을 때 예상했던 모습이다. 정책당국이 한국 해운업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줬던 과거 한진해운 사례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7년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한국 해운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한진해운이 갖고 있던 미국 LA항 컨테이너 터미널 지분 같은 기반시설은 헐값에 외국 선사에 넘어갔다. 현재 HMM이 보유한 컨테이너 터미널의 연간 처리용량은 1189만TEU로, 한진해운·현대상선의 2015년 터미널 처리용량 1740만TEU에 한참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