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이끄는 중견·중소기업의 2·3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선대로부터 배운 승부 근성과 해외 경험을 발판 삼아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간다. 1세대 기업인을 뛰어넘기 위해 2·3세가 어떤 고민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들어본다. [편집자주]
“매출만 따졌을 땐 대기업 가전제품에 공급하는 물량을 늘리면 좋다. 그런데 경쟁사 대비 연구개발 역량이 뛰어난 우리가 갈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요는 적지만 우리 제품을 꼭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 그런 곳들을 대상으로 맞춤형으로 제품을 개발해 제조하고 있다. 최고의 품질로 다양한 제품을 소량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우리만의 차별점이다.”
신신전자공업은 온도센서를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창업주 이규순 대표가 1992년 창업했다. 온도센서 회사에서 기술공으로 일하던 이규순 대표는 회사를 나와 동료 한 명, 아내와 함께 3명이 지하 단칸방에서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지금은 경기 광명 본사와 태국 촌부리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한 달에 약 600만개의 센서를 생산하고 작년에 128억원의 매출을 냈다. 대기업 중엔 삼성전자(005930), LG(003550), LG에너지솔루션(373220), 캐리어(Carrier) 등에 가전제품과 전기차 배터리용 온도센서를 공급하고 있다.

큰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온도센서 외에도 신신전자공업은 신생아 신체에 부착하는 인큐베이터용 온도센서처럼 수요는 적지만 정밀한 기술력을 요구하는 제품을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다. 신신전자공업은 현재 800여종의 제품을 다루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소량 생산 제품이다. 대형 업체들 사이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해 국내 유일한 ‘다품종 소량생산’ 온도센서 제조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신신전자공업은 기존에 없는 제품을 개발해 생산하기도 한다. 2세 이종혁 대표는 “고객사는 전문지식이 부족하니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도면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우리는 제품 사양 하나하나를 고객사와 상의하면서 선행 개발한다. 양산형 온도센서를 제품에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제품에 꼭 맞는 온도센서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물량을 따오기 위한 공격적인 영업보다는 묵묵히 기술력을 쌓는 것이 나갈 길이라고 이 대표는 말했다. 그는 “자체 개발 제품 중엔 수량이 적어 매출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제품도 있지만, 실험과 개발을 거듭할수록 다음 개발이 수월해진다. 결국 우리의 기술력이 좋아지는 것이니 이득이라고 생각한다”며 “제품 만족도가 높아 고객사 소개로 대기업 물량을 수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신신전자공업 연구소 직원으로 2015년 입사했다. 지난해 창업주와 함께 공동대표 자리에 오른 그의 목표는 직원 역량 강화다. “회사가 직원의 전문성을 길러주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직원의 역량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라고 이 대표는 말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가량 줄었다. 소비 침체로 가전제품 시장이 주춤하면서 가장 큰 고객사인 삼성, LG의 부품 발주가 2년 연속 전년 대비 20%가량 줄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태국 생산법인의 매입 단가는 오르고 국내 판매 매출은 줄기도 했다. 경쟁 업체가 문을 닫는 일도 늘었다.
이 대표는 “그나마 전기차 배터리용 온도센서 발주가 활발해 매출액이 일부 보전됐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2년 간 매출 성장은 주춤했지만 이 대표는 이 기간을 품질 향상의 기회로 여겼다. 이전보다 생산을 덜 하는 대신 연구개발에 투입 인력을 늘려 특허 기술을 모았다. 신신전자공업은 올해 태국 생산 시설도 확충했다. 월 500만개까지 생산할 수 있다. 일부 공정은 자동화를 추진 중이다.
이 대표는 올해를 “내실을 튼튼하게 다진 한 해”로 평가했다. 그는 “기술력을 탄탄히 다지고 생산량도 늘렸으니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매출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