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Alli)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계 패션 스타트업 쉬인도 한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선 저품질 우려가 나오지만, 이들 기업은 초저가와 빠른 배송을 앞세워 고객 수를 늘려가고 있다.

쉬인은 2030 여성을 주요 대상으로 한 패션 상품을 제조해 초저가로 파는데, 24시간마다 수천 가지의 신제품을 선보인다. ‘5달러 티셔츠’, ‘9달러 청바지’로 화제가 돼 인기를 끌었고 미국에선 이미 패스트패션 1위 기업이 됐다. 외신에 따르면 쉬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227억달러(약 30조원)다. 국내에선 월평균 30만명 이상이 쉬인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다.

그래픽=손민균

쉬인의 ‘실시간 패션’이 가능한 건 자체 인공지능(AI) 엔진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엔진은 고객 수요를 예측한 뒤 제품을 디자인하고 중국 내 6000여개에 달하는 공급망을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제품당 100개씩만 소량 생산해 시장 반응을 본 뒤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가 생산한다.

쉬인은 내년 미국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기업가치는 지난해 1000억달러(약 130조원)에 달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치가 높은 스타트업으로 꼽혔다. 내년 IPO 기업가치 목표액은 900억달러로 알려졌다.

중국의 여성 패션 플랫폼 '쉬인' 로고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화면. /로이터 뉴스1

이미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한 곳도 있다. 중국의 8년 차 빅테크 기업 핀둬둬(Pinduoduo)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 황정 전 회장이 2015년 창업했다. 지난해 9월 저가 쇼핑 앱 ‘테무(Temu)’를 출시해 현재 48개 국가와 지역에서 서비스 중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테무의 국내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는 올해 4~7월까지만 해도 1만명에 못 미쳤지만 8월 들어 31만명으로 급속하게 늘었고, 9월엔 125만명으로 급증했다. 10월 183만명, 11월 235만명으로 매달 큰 폭으로 이용자가 늘고 있다. 국내 주요 패션 플랫폼 MAU는 무신사 465만명, 에이블리 381만명, 지그재그 303만명 등이다.

테무가 흥행하면서 모회사 핀둬둬는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한 688억4000만위안(약 13조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170억위안(약 3조원)으로 37% 증가했다. 핀둬둬는 한때 중국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중국 테크기업 핀둬둬의 쇼핑 앱 '테무'. /로이터 연합뉴스

2020년 설립된 홍콩 스타트업 샵사이다도 국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샵사이다는 경쟁업체보다 스타일과 사이즈가 다양하고 4개 국가에 물류센터가 있어 3~5일 안에 도착하는 빠른 배송이 강점이다.

시장조사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샵사이다는 창업 첫해에만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네 번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고, 이듬해 9월엔 1억3000만달러(약 170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당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창업 1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설립 10년 이하의 기업)에 등극했다.

국내 이용자 수는 월 30만명 안팎이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아 올해 7월엔 첫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한국에서 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직구(직접 구매) 제품은 품질이 떨어지고 고객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그러나 중국 테크기업들이 AI 기술과 현지 제조 인프라를 결합해 생산성을 대폭 키우면서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