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타를 맞은 롯데케미칼(011170)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어 새 사령탑에 부임한 이훈기 사장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앞서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던 롯데케미칼은 당장 4분기에도 흑자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거액을 들여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도 부진해 신사업 투자 계획을 수정하며 수익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롯데케미칼이 목표한 '2030년 매출 50조원' 달성을 위해선 신임 사장의 과감한 결단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그룹은 전날 이훈기 사장을 롯데케미칼 대표 및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로 선임하는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서울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이 사장은 2010년~2013년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이사, 2014년 롯데케미칼 기획부문장을 맡은 바 있어 화학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장의 부임과 함께 롯데케미칼은 신사업 투자 계획을 일부 조정했다. 울산공장 내 PET(페트) 해중합 시설의 투자 기간을 기존 2024년 6월에서 2027년 12월로 3년 넘게 늦췄다. 해중합은 각종 폐플라스틱에 포함된 PET를 이루는 분자 덩어리의 중합을 해체해 플라스틱 기초 원료물질로 되돌리는 기술로, PET의 화학적 재활용을 위한 필수 공정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1년 약 1000억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울산에 해중합 공장(4만5000t 규모)을 국내 최초로 짓고, 여기서 생산된 재활용 원료인 BHET를 투입해 재활용 PET로 만드는 생산 설비(11만t 규모)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활용 PET 생산 설비는 지난해 완공했지만, 전 단계인 해중합 공장의 투자는 늦췄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화학적 재활용은 이제야 막 개화하기 시작한 시장으로, 투자 계획 당시보다 업황이 나빠진 지금 시점에서 계획대로 투자를 이어가기에는 불확실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이 기간 누적 손실은 9485억원에 달한다. 올해 초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1~3분기 합산 영엽이익률이 1.8%에 그쳤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28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지만, 일시적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은 "유가가 치솟으며 보유한 납사와 제품 가격도 함께 올라 긍정적인 재고 및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가 발생했다"며 "재고 및 래깅 효과는 4분기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롯데케미칼이 올해 4분기에 7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다.
롯데케미칼은 당장 고부가가치 신소재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공을 들일 예정이다. 우선 콘크리트 혼화제(첨가제)인 EOA(산화에틸렌유도체) 15만t 증설 작업을 마무리해 총생산 규모를 48만t까지 확대한다. EOA의 원료인 HPEO(고순도산화에틸렌)의 25만t 증설 작업도 동시에 끝낼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매출의 60%를 고부가 품목과 친환경 부문으로 구성하고, 총매출 5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롯데케미칼은 "수익성 최대 확보와 효율성 최적화라는 목표 아래 사업을 고민하고 적극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