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재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부는 가운데, 1980년대생에 이어 1990년대생 오너일가 자제들이 사내에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1980년대생 오너가 3·4세들은 대표이사급으로 연달아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는 분위기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동채 전 에코프로(086520)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연수 이사는 연말 정기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1991년생인 이연수 상무는 에코프로가 지난 2020년 설립한 벤처 창업투자 회사 에코프로파트너스(전 아이스퀘어벤처스)에서 투자 심사역으로 근무 중이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국내에 이어 해외 유망 배터리, 친환경 관련 기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
이 전 회장의 장남인 이승환 상무는 1989년생으로 이연수 상무보다 1년 먼저 신규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승환 상무는 에코프로비엠(247540)에서 해외 사업을 담당해 오다가, 올해 4월 지주사 에코프로로 자리를 옮겨 미래전략본부를 이끌고 있다. 새로 만들어진 미래전략본부는 그룹 전반의 경영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부서다.
이 전 회장의 구속에 이어 업황 부진 등 악재가 맞물리면서 두 자녀의 사내 존재감은 꾸준히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이승환, 이연수 상무의 주식 보유 비율이나 나이를 고려하면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올해 9월 말 기준 이승환 상무와 이연수 상무의 에코프로 지분율은 각각 0.14%, 0.11%다. 회사 지분을 약 5% 들고 있는 특수관계법인 데이지파트너스에 대한 이승환, 이연수 상무 지분율은 각각 30%다.
두산(000150)그룹에서도 90년대생 오너가 5세들이 공식적으로 그룹에 합류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상수 수석은 1994년생으로 올해 9월 지주사인 ㈜두산에 입사했다. 박상수 수석은 CSO(Chief Strategy Officer) 신사업전략팀에서 그룹 전반의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을 기획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박상수 수석은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투자증권에서 반도체 담당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034020) 회장의 장남 박상우 파트장은 지난해부터 두산퓨얼셀(336260) 미국법인 하이엑시엄에 재직 중이다. 박상수 수석과 동갑인 박 파트장은 2018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하이엑시엄은 2025년을 목표로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이재현 CJ(001040)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097950) 식품성장추진실장 경영리더(임원)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1990년생으로 지난 2013년 그룹 공채를 통해 비교적 일찍 그룹에 합류했다. 지난 2016년 과장을 시작으로 2017년 부장, 2021년에는 경영리더로 승진했다. 식품성장추진실은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3040 오너 3·4세들은 승진과 함께 경영 전면에 나섰다. 1982년생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올해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1989년생인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452260) 전략본부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구자열 LS(006260)그룹 이사회 의장 장남인 구동휘 부사장은 1982년생으로 LS일렉트릭(LS ELECTRIC(010120)) 대표에서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자리를 옮겼다.
이웅열 코오롱(002020)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부회장은 1984년생으로 사장 승진 1년 만에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규호 부회장은 지주사 ㈜코오롱에서 전략부문을 총괄할 예정이다. OCI(456040)그룹 계열 화학기업 유니드(014830)는 1981년생인 이우일 유니드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아직 인사 전인 신유열 롯데케미칼(011170) 상무의 승진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상무는 1986년생으로 일본 롯데로 입사해 롯데케미칼에서 기초소재 일본지사 영업, 신사업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