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 혹한기에도 최근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영어 단어를 합한 말) 분야에서 100억원 이상의 후속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익성과 안정성을 확보해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30일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 세계 벤처 기업의 투자 유치액은 646억달러(약 83조원)로 추정된다. 전 분기(582억달러·약 75조원)와 비교하면 11% 늘었지만, 지난해 3분기(836억달러·약 108조원) 보다 23% 줄었다. 국내도 비슷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벤처 투자는 약 1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 핀테크 기업이 잇달아 100억~200억원대 후속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보험 비교·추천 애플리케이션(앱) '시그널플래너'를 운영하는 해빗팩토리는 지난 28일 206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2021년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지 2년 만이다. 해빗팩토리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보험 분석을 자동화해 작업 시간을 며칠에서 1분으로 단축했다.
콴텍은 이달 말 90억원의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하며 총 17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받았다. 콴텍은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비대면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루센트블록은 지난 23일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누적 투자금은 340억원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수익성을 기반으로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한 데 있다. 해빗팩토리는 시그널플래너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 출시 1년여 만인 지난해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고, 수수료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150억원 이상의 수수료 매출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6월엔 미국에서 주택담보대출 전문은행 허가를 취득해 현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콴텍은 AI 알고리즘의 높은 수익률로 주목받고 있다. 콴텍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로보어드바이저(RA) 테스트베드센터의 최근 3년 수익률 상위 10개 알고리즘 중 9개가 콴텍의 알고리즘이었다. 특정 알고리즘은 140%가 넘는 수익률을 보이기도 했다.
루센트블록은 제도권에 편입된 점과 높은 성장세로 투자자에게 주목받았다. 루센트블록이 운영하는 '소유'는 상업용 부동산을 증권화해 소액 단위로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2021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규제를 면제받아 2022년 4월 서비스를 출시했다. 올해에도 혁신금융서비스로 재지정됐다. 지금까지 6개 공모 건물을 완판했다.
시리즈B 투자를 이끈 안선종 하나벤처스 대표는 "루센트블록은 국내 최초로 토큰증권 발행을 구조화한 사례"라며 "부동산 조각투자 시장을 선도하면서 현재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는 서비스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