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국회에 계류된 경제형벌 개선 법률안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형벌 개선과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민관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가 414개 법률 5886개 조항을 점검, 발굴해 국회에 제출한 규정들이다. 1차 과제는 기업형벌 위주고, 2차 과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국민 경제활동 관련 내용 중심이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27일 "정부가 민간중심 역동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기업 발목을 잡는 경제형벌 조항을 점검해 140건의 과제를 담은 법안들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입법이 더딘 상황"이라며 "21대 국회 임기가 내년 5월 말로 종료되면 계류 중인 법안은 모두 폐기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국회에 제출된 1~2차 경제형별 과제 중 본회의를 통과한 과제는 1건에 불과했다. 통과된 법은 과태료 전환 유형이다. 벤처투자법상 무의결권 주식을 취득한 대주주가 중기부장관의 주식처분명령을 위반할 경우 기존에는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했는데 이를 3000만원 이하 과태료로 개정한 것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경제형별 개선과제는 ▲형벌 폐지 ▲과태료 전환 ▲선(先)행정제재 후(後)형벌 등 4개 유형이다. 유형별로 차지하는 비중은 과태료 전환이 81건으로 절반을 넘는 57.9%다. 형량 조정은 30건(21.4%), 형벌 폐지는 15건(10.7%), 선 행정제재 후형벌은 14건(10.0%) 순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형벌 개선과제 가운데 시의성 높은 안건부터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대한상의 설명이다. 형벌 폐지 과제 중에서는 식품위생법상 손님을 끌어들이는 호객행위를 형벌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기존 허가 및 등록취소, 영업정지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태료 전환 과제로는 공정거래법이 개선될 필요성이 제시됐다. 현행법은 지주회사 설립·전환 신고의무 위반 시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개선안은 벌금 대신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동일인과 임직원에 부과하는 과태료 금액 수준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내용이다.
형량 조정 유형으로는 현행 환경범죄단속법 개선안이 꼽혔다. 오염물질을 불법배출해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는데, 사망과 상해를 구분해 사망의 경우는 기존 법정형을 유지하되, 상해의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그간 재계 안팎에서 경제형벌 등 우리나라 기업법제 정비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세계경제포럼 부설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세계경쟁력 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는 `기업 법‧규제 경쟁력' 부문에서 64개 국가 중 6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3년 32위와 비교해 29계단 하락한 것이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우리나라는 경제 관련 법률에 형벌 조항이 외국에 비해 많은 데다 엄격해 민간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외국인의 국내투자를 저해하고 있다"며 "필요 이상으로 형벌을 남발하는 것은 국민경제를 건강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 만큼 국회에서 조속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