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와 LG화학(051910), 더블유씨피(393890)(WCP) 등 국내 분리막 제조업체들이 주력 사업인 자동차 배터리용 분리막 외에도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분리막의 핵심인 다공성 필름 제조 기술을 탄소 포집, 해수 담수화 등에 폭넓게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향후 분리막이 필요 없는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단계 전까지는 LFP(리튬인산철)·반고체 등 각 배터리 특성에 맞춘 분리막을 개발해 공급하면서, 동시에 신사업을 육성해 중장기 먹거리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IET는 CCUS(탄소 포집·저장)용 분리막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용 분리막(LiBS) 기술을 탄소 포집 분야에 활용해 관련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분리막은 두 물질의 접촉을 막으면서 미세한 기공 사이로 원하는 물질만 통과시키는 역할을 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생산하는 분리막 제품. /SKIET 제공

기존의 탄소 포집 방식은 크게 액상 흡수재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습식 방식과 고체 흡착제로 이산화탄소를 추출하는 건식 방식으로 나뉜다. 습식 방식은 큰 부지가 필요하고 환경 유해 물질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다. 건식은 흡착제 마모와 뭉침 현상 때문에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SKIET는 "분리막을 이용한 탄소 포집은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미세한 기공의 분리막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추가적인 화학 물질 사용이 필요 없고 작은 면적에도 설치할 수 있어 건식과 습식 방식의 문제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SKIET는 지난 5월 가스 분리막 전문 업체 에어레인에 5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며 탄소 포집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SKIET는 높은 효율을 갖춘 포집용 분리막을 개발하고, 이를 에어레인이 가진 가스 분리 기술과 결합해 향후 북미·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LG화학은 분리막 기술을 응용해 RO멤브레인(역삼투막)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역삼투막은 물을 정화하는 데 사용되는 미세한 반투막(특정한 종류의 이온이나 분자들만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통과시키지 않는 막)이다.

농도 차가 있는 두 용액 사이에 역삼투막을 두고, 농도가 높은 용액에 압력을 가하면 순수한 물 분자와 미량의 용존산소, 미네랄 등만 막을 통과해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성질 때문에 역삼투막은 해수 담수화에 주로 이용된다. LG화학은 올해 중국과 이스라엘 등에서 해수 담수화 사업에 사용될 역삼투막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래픽=정서희

LG화학은 최근 1246억원을 투자해 청주 역삼투막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의 현재 역삼투막 사업 매출은 연간 2000억원 규모인데, 이를 향후 5년 내 두 배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글로벌 수처리 조사기관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수처리 필터 시장은 2019년 5조3000억원에서 연평균 3.9% 성장해 2024년 6조40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WCP 역시 2차전지용 분리막 기술을 플랫폼화해 다른 사업 영역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해수 담수화, 상·하수 오염물 처리 등 각종 수처리 기술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가스를 분리하고 질소·아르곤 등 고순도 가스 제조에 쓰일 수 있는 분리막도 개발하고 있다.

WCP는 "각종 응용 분야에 필요한 기초 기술과 핵심 기술을 조사해 이온교환막을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신규 공장이 투자될 시점에 맞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