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프로축구 리그 선수들이 유니폼 속에 입는 검은 조끼 기술에 전 세계 축구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핏투게더’는 브라질 국가대표팀, 독일 분데스리가 RB라이프치히 등 전 세계 60여개국, 500여개 팀에 관련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2017년 포항공대 출신 윤진성 대표 등 3명이 공동 설립한 핏투게더는 ‘오코치’라는 브랜드로 전자성능시스템(EPTS·Electronic Performance Tracking System) 시장에 뛰어들었다. 선수들이 유니폼 안에 입는 조끼에 넣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EPTS는 선수의 활동량, 자세 변화, 피로도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분석해 코치에게 전송한다. 이를 태블릿PC 등으로 보면서 각 구단은 선수 교체 시점을 결정한다. 경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훈련 목표를 설계하고, 경기 일정에 맞게 선수 몸 상태를 준비할 때도 활용한다.

핏투게더는 명문 리그가 몰려 있는 유럽뿐 아니라 2026년, 2034년 각각 월드컵 개최를 앞둔 미국·사우디아라비아와도 기술 공급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핏투게더는 캐터펄트(Catapult), 스탯스포츠(STATSports) 등 세계적 기업에 이은 후발주자이지만, 지난해 이들을 제치고 피파(FIFA·국제축구연맹)로부터 EPTS 부문 우선 공급자로 선정돼 품질·정확성을 인정받았다.

핏투게더의 오코치를 착용하고 훈련 중인 모습. /핏투게더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핏투게더는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사커(MLS)가 선정한 6개 기술기업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EPTS 업계에선 유일하게 핏투게더가 이름을 올렸다. MLS는 8개월간의 기술 검증(PoC) 등을 거쳐 이들 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미국 벤처캐피털(VC)과 공동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MLS는 유소년부터 프로까지 약 200만명의 선수층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2026년 월드컵이 흥행할 수 있도록 관련 생태계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MLS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살리기에 나선 애플은 25억달러(약 3조원)를 들여 MLS 중계권 계약을 맺고 MLS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인 데이비드 베컴은 리오넬 메시를 비롯한 ‘축구 전설’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핏투게더는 이에 맞춰 미국지사를 설립하고 나이키와도 EPTS 사업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그래픽=정서희

2034년 월드컵 개최를 앞둔 사우디아라비아도 축구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우디는 사우디국부펀드(PIF)를 앞세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했다. 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시작으로 카림 벤제마, 은골로 캉테, 네이마르 등 수많은 스타를 영입하고 있다.

윤진성 대표는 “경기마다 약 7만명의 관중이 들어오는 사우디 리그에선 선수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설루션) 도입에 관심이 많아 ETPS 관련 논의가 오가고 있다”며 “이제 EPTS는 밖에서 뛰는 모든 스포츠에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코치들의 직무 역량”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지난 2021년 82억달러(약 10조5000억원) 규모였던 EPTS 시장은 2026년 165억달러(약 21조원)로 두 배가량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