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주목받는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세계 곳곳에서 잇달아 중단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오히려 해상풍력발전기설치선(WTIV)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한화오션(042660)은 관련 사업에 계획보다 1000억원을 더 투자한다고 밝히며 눈길을 끌었다. 한화오션은 글로벌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분류되는 WTIV 수요는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선제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미국·영국이 추진하던 해상풍력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으로 각각 30기가와트(GW), 50GW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한화오션의 해상풍력발전기설치선(WTIV) 조감도./한화오션 제공

세계 최대 해상풍력 발전기업인 덴마크의 외스테드는 미국 뉴저지에서 개발하던 풍력발전소 프로젝트 2개를 중단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스웨덴 전력 회사 바텐폴(Vattenfall)은 영국 북동부 해상에 건설하려던 세계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지난 8월 중단했다.

해상풍력 업계는 주춤한 모습이지만,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WTIV선 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다. WTIV 한 대 가격은 약 3800억원으로, 3400억원대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보다 비싸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2020년 세계에서 16척 발주된 WTIV가 올해엔 23척 발주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오션은 최근 유상증자 신주발행가가 확정된 후 해상풍력 토탈 설루션(종합 해결책) 관련 투자를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주가 하락으로 조달금액이 2조원에서 1조4971억원으로 줄었지만, 해상풍력 투자는 늘리기로 한 것이다. 한화오션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한 유럽연합 주요 발전원 전망 자료를 근거로 내년에는 육·해상 풍력 발전 비중이 태양광과 원자력 발전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오션 해양 에너지 사업 가치사슬./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은 해외 풍력 발전 사업이 일시적으로 더디게 진행돼도 첨단 WTIV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오션은 해상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면 그 전기로 암모니아나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운송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해상풍력 발전기가 대형화되면서 선박 크기가 커지는 점도 조선업계에는 호재다.

한화오션은 모나코 재생에너지 회사 에네티(Eneti)로부터 WTIV선 2척을 수주했다. 2024년, 2025년에 각각 한 대씩 인도 예정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지난 2009년에도 독일의 에너지 공급 업체인 알베에이(RWEI)사로부터 WTIV선 2척을 수주해 인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