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생산설비 확충에 나서면서 장비 업계가 수혜를 입고 있다.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드라이룸(공기 중 수분량을 일정수준 이하로 제어한 공간) 시설을 공급하는 기업들은 잇달아 수주 소식을 알리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엔솔(053080)은 지난달 26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현대차(005380)·SK온 합작법인(JV)과 배터리 드라이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수주 규모는 1억6640만달러(한화 약 2250억원)로 단일수주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SK온과 포드가 미국 테네시주에 합작 설립하는 배터리 공장 조감도./포드 제공

현대차와 SK온은 작년 11월 북미 시장 배터리 협력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올해 4월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에 착수한 바 있다. 전기차 30만대분 배터리셀(전해액·양극재·음극재 등으로 구성된 2차전지의 최소단위)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케이엔솔은 지난달 16일에도 SK온이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증설하는 서산3공장에 드라이룸을 공급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계약규모는 639억8000만원으로, 전년도 매출액의 16%를 웃돈다. 케이엔솔 관계자는 “연이은 대규모 수주로 매출신장과 이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면서 “회사가 목표로 하는 2030년 매출 1조5000억원 달성에도 한 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신성이엔지(011930)는 지난달 27일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는 배터리셀 공장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클린룸과 드라이룸 물량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1억510만달러(약 1426억원)다. 지난해 신성이엔지 매출 6642억원의 21.5% 규모다.

신성이엔지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클린룸(먼지가 없는 청정공간)의 핵심장비인 팬필터유닛(FFU·공기정화장치)을 생산한다. 이차전지 시장이 커진 4년 전부터는 드라이룸 사업에도 뛰어들어 관련 투자를 확대해왔다. 지난해에는 드라이룸 부문 해외매출이 50% 증가하면서 해외법인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업계가 생산설비를 늘리면서 드라이룸 업계의 수주는 이어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고 있고, 올해 3월 충북 청주 오창 배터리 생산시설에 6000억원을 투자해 ‘마더팩토리’(제품 설계부터 연구·개발(R&D), 양산성 검증의 중심이 되는 공장)를 구축하기로 한 바 있다. 삼성SDI(006400)도 울산에 신형 배터리 및 양극재 생산공장 건설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공사 진행 속도에 맞춰 내년쯤 드라이룸 공급 입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드라이룸 관련 기업은 적극적으로 계약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