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가 경기 침체와 전기차 수요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잇달아 공식화하고 있다. 그간 삼원계(NCM) 배터리를 주력 사업으로 펼쳐왔다. LFP는 CATL 등 중국 업체들이 시장의 95%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가격은 싸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지 않아 주행 거리가 짧은 게 단점이다. 그러나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전기차 가격을 낮추려는 자동차 업체가 늘면서 LFP 배터리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373220), SK온, 삼성SDI(006400)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NCM을 주력으로 하되 LFP도 함께 개발하기로 방향을 수정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의 각형 LFP 배터리./조선DB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5일 콘퍼런스콜에서 저가형 전기차 배터리 시장 대응을 위해 LFP 기반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파우치가 가진 셀 무게, 공간 활용률 등의 강점을 결합하고 셀 구조 개선과 공정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며 “LFP 배터리를 2026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같은 해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 소재 생산과 라인 구축을 검토 중이다. 손 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 26일 “동종업체 대비 시작은 늦었지만 당사만의 제품 설계 최적화, 공정 및 설비 혁신 등을 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영수(왼쪽부터)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윤호 삼성 SDI 사장, 지동섭 SK온 사장./각사 제공

SK온은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최초로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다. 중국산 LFP 배터리는 영하 20도 안팎의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50~70%로 급감하는데, 이 제품은 70~80% 수준으로 높다. 구체적인 양산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와 비슷한 2026년쯤이 유력하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그간 LFP 배터리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10분 충전에 최대 400㎞를 갈 수 있는 급속 충전 LFP 배터리가 나오고 테슬라, 폭스바겐, 벤츠, 볼보 등이 LFP 채택을 공식화하면서 배터리 업체도 관심을 갖게 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점유율은 2020년 11%에서 지난해 31%로 늘었다. 점유율은 2030년에 40%까지 뛸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LFP 배터리 중 95%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전기차용 LFP 배터리는 중국 CATL과 BYD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FP 시장은 앞으로도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라며 “2026년에 양산을 시작해도 늦을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시제품 개발에 집중해 완성차 업체의 중저가형 전기차 개발 과정에 참여하면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