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태광그룹이 사건의 주체로 계열사 티시스의 전 경영진을 지목하면서 김기유 전 티시스 대표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태광그룹은 내부 감사를 진행하던 지난 8월 김 전 대표를 해임했다. 태광그룹은 압수수색 직후 "내부 감사에서 드러난 전 경영진의 전횡과 비위 행위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으로 둔갑했다"고 밝혔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지난 8월부터 티시스에 대한 고강도 감사를 펼치고 있다. 티시스는 춘천 휘슬링락CC와 수원 태광CC 등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으나 태광그룹 전 계열사의 IT 인프라 개발·설치부터, 콜센터 운영, 건설 및 부동산 관리, 급식 등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고 있다.
티시스의 사업 구조는 그룹 의존도가 매우 높다. 주력 사업인 IT서비스 부문 매출의 그룹 의존도는 60% 내외다. 부동산 관리와 건설 부문의 계열사 매출 비중도 80%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흥국생명 남대문 사옥 신축과 휘슬링락CC 코스 및 클럽하우스도 티시스가 시공했다. 외식 사업은 흥국생명, 태광산업(003240) 등 계열사의 급식을 책임지고 있다. 티시스는 그룹 내부거래를 중심으로 작년에 매출 4000억원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이 지난 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귄되자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내부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도중 티시스의 비위 행위를 적발했고 관리 책임을 물어 8월 24일 김기유 전 대표를 해임했다. 태광그룹은 "횡령·배임 의혹을 받는 사건이 발생한 시기에는 이 전 회장이 수감 중이었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상태였기에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 티시스가 살림을 도맡아 하는 계열사로서 많은 계열사와 연결고리가 있어 들여다볼게 많아 2개월 넘게 감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동국대 행정학과와 석‧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동아건설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12년 대한화섬 대표로 태광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태광그룹의 경영기획실장을 맡는 등 그룹 내 실세로 평가받았다. 2020년에는 티시스의 김치·와인 직원 강매 사건으로 물의를 빚어 자리를 내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티시스 고문으로 복귀했고 대규모 임원 퇴출 인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일각에선 고강도 감사와 김 전 대표의 해임을 놓고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내부 감사는 이 전 회장이 경영 복귀를 위해 내부 기강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또 태광산업과 티시스가 지분을 갖고 있는 롯데홈쇼핑이 그간 임차해 왔던 서울 양평동 사옥을 매입하는 것에 대해 이 전 회장과 김 전 대표가 갈등을 빚었다는 추측도 나온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7월 사옥 매입을 결정했는데, 태광그룹 측은 당시에 찬성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복권된 후 반대로 입장을 바꾸고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신고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24일 ▲태광그룹 임원의 허위 급여 지급·환수를 통한 비자금 조성 ▲태광CC의 골프연습장 공사비 8억6000만원 대납 ▲계열사 법인카드 8094만원 사적 사용 등의 혐의로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과 이호진 전 회장의 자택, 태광CC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