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사우디가 추진하는 메가 프로젝트 ‘네옴시티’ 수주를 위한 지원에 나섰다. 네옴은 서울시의 43배 크기에 달하는 지역이다. 알려진 사업 규모만 5000억달러(약 671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기업은 250억 달러 사업의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네옴은 스마트·친환경 미래도시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가진 건설·정보통신기술(ICT)·수소 에너지 분야에서 대규모 협력이 기대된다.

정의선(앞줄 맨 왼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NEOM CITY)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THE LINE)’ 구역 내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찾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25일 재계와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000720)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24억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인 ‘자푸라2 가스플랜트 패키지2′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는 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조인트벤처(현대엔지니어링 JV)가 2021년 수주한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인근에 가스 처리설비와 황회수설비 등을 추가 건설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6월 6조5000억원 규모의 ‘아미랄 석유화학 프로젝트(PKG-1·4)’를 수주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건설뿐만 아니라 수소 생태계 수출도 꿈꾸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2일 한국자동차연구원, 중동 지역 개발·투자 기업 ‘에어 프로덕츠 쿼드라’, 사우디 버스 공영 운송기업(SAPTCO)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및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협력 분야는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수소전기버스 실증사업 추진 ▲수소 모빌리티 관련 정부 지원 연구 프로그램에 대한 협력 기회 탐색 ▲수소 모빌리티 관련 공개 가능한 자료 등의 정보 교환 등이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트랙터.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수소 모빌리티를 SAPTCO에 판매 또는 대여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사우디에 일렉시티 수소전기버스 2대를 처음으로 수출하며 사우디 시장 진출의 포문을 연 뒤, 2021년에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1대를 수출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사우디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향후 사업 기회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건설·IT·수소 업계에도 ‘제2의 중동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사우디 확대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는 네옴을 비롯해 사우디 주요 산업단지에 5G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제조업을 육성 중인데, 5G 네트워크는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통신장비사 가운데 5G 네트워크 칩셋과 장비를 자체 설계·개발·제조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하는 맞춤형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사우디 아람코와 산업용 5G 기술 생태계 현지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에너지, 석유화학,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군에 5G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현지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사우디는 삼성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삼성은)휴대폰 사업뿐 아니라 사우디 최초의 메트로 건설 사업, 네옴 프로젝트도 같이하고 있다. 앞으로도 협력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