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든 데스(Sudden Death, 돌연사) 위험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16년 확대경영회의에서 서든 데스를 처음 언급했다. 그가 이 화두를 다시 제기한 건 현재 그룹이 마주한 경영환경이 그만큼 엄중하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 회장은 19일 프랑스 파리 호텔에서 열린 그룹의 연례 경영전략 회의인 ‘2023 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SK그룹이 CEO 세미나를 해외에서 개최한 건 2009년 중국 베이징 이후 14년 만이다. 세미나에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 3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와 기업이 직면한 주요 환경 변화로 ▲미국-중국 주도권 경쟁 심화 등 지정학적 이슈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생성 가속화 ▲양적완화 기조 변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증대 ▲개인의 경력관리를 중시하는 문화 확산 등을 꼽았다.

그는 “이런 환경 속에서 한국과 SK가 생존하려면 글로벌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전략과 통합·연계된 사회적가치(SV) 전략 수립과 실행, 미국, 중국 등 경제 블록별 글로벌 조직화, 에너지, AI, 환경 관점의 솔루션 패키지 등이 전략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투자를 결정할 때 매크로(거시환경) 변수를 분석하지 않고, 마이크로(미시환경) 변수만 고려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사업 확장과 성장 기반인 투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투자 완결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CEO들은 맡은 회사에만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라, 그룹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솔루션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거버넌스 혁신까지 여러 도전 과제를 실행해 지속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어 가자”고 덧붙였다.

세미나 기간 중 CEO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그룹 통합조직 같은 ‘글로벌 인프라’를 구축해 유기적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를 위해 2010년 중국에 설립한 SK차이나 등 그룹 통합법인을 다른 거점 지역에 설립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