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용 로봇 1위 기업인 HD현대로보틱스가 11일 협동로봇 점유율 세계 2위 기업인 대만 테크맨로봇(Techman Robot)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협동로봇 시장에서 고전하던 HD현대로보틱스가 새 틀의 협동로봇 전략을 마련한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HD현대로보틱스와 테크맨로봇은 이날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로보월드 행사장에서 ‘협동로봇 공동개발 및 상호판매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강철호 HD현대로보틱스 대표, 스콧 황(Scott Huang) 테크맨로봇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참석했다.

HD현대로보틱스 부스에 전시된 대만 테크맨로봇사의 협동로봇 / 고양=박정엽 기자

두 회사는 HD현대(267250) 그룹의 조선소 생산현장에서 용접 등에 쓰기 위해 운반이 쉬운 소형 협동로봇 모델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현재 테크맨로봇이 보유한 협동로봇 라인업 중 가장 작은 가반하중(로봇이 들 수 있는 최대 중량)은 4㎏이라, 가반하중 3㎏대 제품 개발이 유력하다.

이와 함께 두 회사는 테크맨로봇의 기존 협동로봇 제품은 HD현대로보틱스의 한국 내 판매망을 통해 판매하고, HD현대로보틱스의 산업용로봇 제품은 테크맨로봇의 동남아시아 영업망을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 테크맨로봇은 현재 협동로봇만 생산할 뿐 산업용로봇은 생산하지 않는다.

테크맨로봇은 애플이나 LG전자(066570) 같은 회사에 노트북을 제작해 납품하던 정상급 ODM 회사인 대만 콴타의 계열사다. 2016년에 설립돼 전세계 협동로봇 시장에서 점유율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테크맨로봇의 협동로봇 제품은 한국에서도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등 주요 대기업이 채택해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다.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협동로봇 시장에서 HD현대로보틱스의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40년 업력을 바탕으로 한국 회사 중 가장 먼저 협동로봇 제품을 개발해 보유했지만,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두산로보틱스(454910)에 추월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HD현대 계열 조선소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달부터 협동로봇 40여대를 용접 자동화에 투입했는데, 이들 로봇은 HD현대로보틱스가 아닌 덴마크 유니버설로봇과 한국 레인보우로보틱스 제품이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이번 테크맨로봇과의 협약에 앞서 자사 초기 협동로봇 제품의 한계를 분석하고, 완성도 높은 자체 고(高)가반하중 신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는 구호와 함께, 고객들에게 판 초기 협동로봇을 전량 환불해 주고 폐기처분하는 강수(强手)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