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수익성 고민이 커졌다. 다만 프리미엄 전기차 위주로 공략하며 국내 주요 배터리 3사 중 가장 높은 이익률을 기록 중인 삼성SDI(006400)는 향후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도 이익률 1위를 수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2차전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은 약 737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2% 늘었다. 작년보다 시장은 커졌지만, 증가율은 뚝 떨어졌다. 지난 한 해 전기차 인도량은 전년보다 62% 늘었고, 2021년에는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삼성SDI PRiMX 배터리. /삼성SDI 제공

업계 관계자는 “‘얼리 어답터’(신제품을 남들보다 먼저 구입하는 사람)들은 이미 전기차를 구매했고, 이제는 가격과 성능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구매를 결정하는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시장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든 뒤에도 꾸준한 수요를 기대하고 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은 “삼성SDI는 프리미엄 전기차 매출 비중이 60%를 넘기 때문에 전기차 수요 약세에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다”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은 중저가용 LFP 배터리의 침투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업체들이 미래 먹거리로 꼽는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 저장 시스템) 시장에서도 오랜 기간 쌓은 노하우로 경쟁사 대비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 상반기 ESS 부문 영업이익은 680억원으로 전년 동기(440억원) 대비 55% 늘었다.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유럽 2023'에서 삼성SDI가 ESS 제품 SBB(Samsung Battery Box)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SDI 제공

삼성SDI는 향후 전기차 대중화 단계에서 값싼 LFP 배터리를 내세운 엔트리(최저가) 시장이 아니라 중간 단계인 ‘볼륨 세그먼트’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NMX(코발트프리) 배터리와 LMFP(리튬망간인산철)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NMX는 기존 삼원계(NCM) 배터리에서 가격이 비싼 코발트를 뺀 배터리다. 기존 양극재의 장점과 기본 특성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가격은 낮춘 게 특징이다. LMFP는 LFP에 망간을 더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도 화재 위험성은 줄인 기술이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을 2020년대 후반으로 보고 있는데, 삼성SDI는 2027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 국내 배터리 3사 중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인 S라인을 구축하고 하반기부터 시생산에 나섰다.

강동진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현재 전고체 전지는 기술 표준이 정해지지 않아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거 전고체 배터리 가격은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보다 수십 배 비싼 것으로 알려졌으나, 삼성SDI가 2027년 양산시 목표로 하는 가격은 상당히 상당히 합리적인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