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001440)의 당진 공장이 주조 설비 고장으로 이달 초부터 해당 설비의 생산을 멈췄다. 해당 공정에는 100%에 가까운 고순도 구리를 투입해야 하지만, 이물질이 있는 구리를 투입해 설비 곳곳에 문제가 생겼다. 대한전선이 예정된 출하량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제품을 받는 고객사의 생산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대한전선은 이른 시일 내 설비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이달 초부터 주조 설비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주조 설비는 전기동(Electrolytic Copper Cathode·고순도 구리)을 투입해서 녹인 뒤 케이블 제조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나동선(copper rod·겉에 아무것도 씌우지 않은 구리줄)을 만드는 설비다.
대한전선의 유일한 국내 공장인 당진 공장은 2011년 설립됐다. 면적은 축구장 약 50개 크기인 35만㎡(약 10만5000평)이며 작년 기준 430명이 근무하고 있다. 나동선, 초고압케이블 등을 생산하며 연간 생산능력은 2만9220톤(t)이다. 대한전선의 작년 매출은 2조4505억원이며 나동선·권선(전류를 흘려 자속을 발생시키거나 서로 결합하도록 설계된 코일) 부문의 매출은 1조234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0.36%에 달한다. 나동선은 다른 전선을 만드는 중간 재료라, 나동선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다른 공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선은 저항이 낮을수록 전도성이 높기 때문에 전선을 생산할 때는 소위 '포 나인(four nine)'이라고 불리는 99.99% 이상의 고순도 전기동을 사용한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순도 99.99%를 맞추지 못한 전선을 사용하면 누전이나 합선으로 인한 화재나 감전 발생의 위험이 매우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전선이 해당 설비에 투입한 전기동에는 불순물이 섞여 있었고,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이 용해로 등 주요 설비를 막아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전선은 국내에서는 LS MnM, 외국에서는 글렌코어(Glencore) 등에서 전기동을 납품받아 설비에 투입하는데, 최근 신규 공급처 확보를 위해 업체를 다양화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신규 공급처에서 시험용으로 일부 들여온 전기동에 이물질이 포함돼 주조 설비에 문제가 생겼고, 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현재 설비 가동이 멈춘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전선으로부터 나동선을 납품받는 업체들은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대한전선은 국내 나동선 시장 점유율이 20% 정도로 높은 기업"이라며 "상황이 길어질수록 이들 업체가 보는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전선은 설비에 문제가 발생한 이후부터는 기존 보유분과 신규 구매분 등으로 협력사들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생산량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한전선이 불순물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시일 내 기존만큼 품질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전선업계 관계자는 "해당 설비의 특성상, 보수공사를 해서 재가동을 시작한다고 해도 단시간 내에 최상등급의 나동선을 생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문제가 된 설비는 현재 상당 부분 복구된 상태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조만간 다시 생산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