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임금근로자들의 연평균 실제 근로 시간이 지난 20여년간 500시간 이상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가 11일 나왔다. 한국인의 연평균 근로 시간은 190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85시간 더 일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근로 시간 현황 및 추이 국제 비교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OECD와 한국 정부 통계 등을 바탕으로 한국을 비롯한 OECD 회원국들의 근로 시간을 분석했다.
경총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임금근로자 1인당 연간 실근로 시간은 2001년 2458시간이었다. 당시 OECD 평균보다 691시간 길었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로제 등 근로 환경이 바뀌면서 지난해 근로 시간은 1904시간으로 2001년보다 554시간 짧아졌다. 지난해 OECD 평균과 비교하면 185시간 길다.
한국의 연간 실근로 시간 감소 폭은 OECD 국가 중 가장 컸고, 2011∼2022년 기준으로 OECD 평균 감소 폭(20시간)의 10.8배에 해당한다고 경총은 설명했다.
경총은 "통계 방식 및 노동시장 환경의 국가 간 차이를 고려하면 근로 시간 국제 비교는 한계가 있음에도 우리나라 전체 임금근로자의 연간 실근로 시간이 OECD 평균보다 크게 높다는 수치가 오랫동안 '장시간 근로 국가'라는 근거로 활용됐으나 이제는 해당 통계로도 격차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근로 시간이 짧은 파트타임 근로자를 제외한 풀타임(전일제) 근로자 실근로 시간도 감소 폭이 컸다. OECD가 한국의 풀타임 임금근로자 통계를 제공하지 않아 경총은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원자료를 OECD 기준에 맞춰 추출한 뒤 이를 OECD 공표 평균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2001년에는 한국 풀타임 근로자의 주당 평균 실근로 시간이 50.8시간, OECD 평균은 40.9시간으로, 10시간 가까이 차이 났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한국 42시간, OECD 평균 40.7시간으로 1.3시간으로 격차가 감소했다.
임금근로자에 자영업자까지 포함한 '풀타임 취업자'의 주당 평균 실근로 시간을 산출한 결과에서도 한국은 2001년 53.7시간에서 지난해 43.2시간으로 10.4시간 줄어들었다. OECD 평균은 같은 기간 42.8시간에서 40.8시간으로 2.0시간 감소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이제 근로 시간이 OECD 평균과 비교해도 과도하게 길다고 볼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저성장 극복을 위해서는 이제 장시간 근로 국가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근로 시간 유연화 등 생산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을 적극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