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정부가 2025년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운영 기반이 아직 조성되지 않은 만큼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3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요 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경영계 의견서를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에 제출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정부가 2025년으로 예정한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최근 금융위는 국내 ESG 공시제도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로드맵에는 지난 6월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발표한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적용과 공시 의무화 일정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는 IFRS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확정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데다, 다른 주요국도 전면 도입에는 신중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 차원의 공시제도 기반 조성이 선행되지 않은 만큼, 섣불리 도입하면 산업 현장과 자본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

IFRS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은 ESG 공시제도의 글로벌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ISSB는 기존에 약속한 2022년 말보다 약 6개월 늦은 시점에 기준을 확정해 발표했고,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국가는 싱가포르뿐이다.

ESG 공시 의무화 시기는 ▲제조업 중심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장기간 소요되는 전사 데이터 시스템 구축 ▲ 협소한 국내 탄소배출 검·인증 시장 ▲열악한 재생에너지 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 의견이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2025년으로 예정된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최소 3~4년 늦추고 이 기간 개도국을 포함한 주요국 상황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이 세부 공시기준 마련과 시스템 구축 등 충실한 준비를 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