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액화이산화탄소(LCO₂) 운반선에 필요한 화물창 기술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LCO₂ 운반선은 탄소중립을 위한 CCS(Carbon Capture & Storage, 탄소 포집·저장)에 필요하다. CCS는 육상에서 포집한 탄소를 바다 밑에 주입하는 것인데, 탄소를 옮길 때 LCO₂ 운반선이 쓰인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010140)은 이달 9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스에너지 산업 전시회 '가스텍2023′에서 한국의 래티스테크놀로지(Lattice Technology)와 격자형 압력탱크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고 밝혔다. 격자형 압력탱크는 실린더(캡슐)형이나 구형으로만 제작이 가능했던 고압력 탱크를 원하는 형태로 제작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협력으로 선체 모양에 가까운 LCO₂ 화물창을 만들어 저장 용량을 키우고 운송 비용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에 실린더형이나 구형으로만 만들었던 LNG 화물창을 프랑스 회사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Gaztransport & Technigaz S.A., 이하 GTT)의 멤브레인(막)형 화물창 기술 덕분에 선체 모양으로 만들 수 있게 된 것과 유사하다.
한국 업체의 움직임은 GTT보다 한발 앞선 것이다. GTT는 멤브레인형 화물창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조선사들이 LNG 운반선을 만들면서 이 기술을 쓰면 1척당 약 100억원의 로열티(특정한 권리를 사용하는 사람이 지불하는 대가)를 받는다. 한국이 LCO₂ 화물창 기술을 선점하면 GTT처럼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멤브레인형 화물창은 초저온 화물을 취급하기에는 적절하지만, 고압에는 한계가 있다. 이산화탄소는 액화하면 부피가 500분의 1로 줄어 운송이 편하다. 다만 LNG는 -162°C라는 극저온 조건만 충족하면 되지만, 이산화탄소는 대기압의 5배 수준의 압력과 -56.6°C의 저온 상태가 돼야 액체가 된다. 이산화탄소는 일반적인 대기압 상태에선 저온에도 액화하지 않고, -78℃ 밑으로 떨어지면 바로 고체(드라이아이스)가 된다.
래티스테크놀로지는 화물창 내부에 격자 구조의 방을 만들어 압력을 유지하는 것을 돕도록 했다. 대기압의 8~25배에 이르는 고압을 유지할 수 있다. 격자 구조 시공은 조선업에서 블럭을 모아 배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해 경제성을 갖추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