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000670)그룹의 알짜 계열사 고려아연(010130)을 놓고 최 씨가(家)와 장 씨가가 또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우군을 확보하면서 지분율을 늘리자 장 씨 측은 장내 매수로 대응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 씨 측은 작년 8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장내에서 고려아연 주식 37만5382주를 매입했다. 지분율로는 2.35%다. 매입 주체는 장 씨 측으로 분류되는 코리아써키트, 에이치씨, 테라닉스, 씨케이, 영풍전자, 시그네틱스 등이다. 장 씨 측이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하자 최 씨 측도 이달 1일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최씨 측과 장 씨 측은 작년 8월을 기점으로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고려아연은 작년 8월에 한화H2에너지USA를 대상으로 제 3자 대상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한화가 약 4717억원을 투자해 고려아연 지분 5%(99만3158주)를 취득하는 내용이다.
장 씨 측에서 유일하게 고려아연 이사회에 참여하는 장형준 영풍그룹 고문은 한화 대상 유상증자에 반대하고 이사회에도 불참했다. 김동관 한화(000880)그룹 부회장이 최 회장과 친밀한 사이라 한화가 최 씨 일가에 힘을 실어줬다고 본 것이다. 이후부터 고려아연 지분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최 회장 측은 작년 11월에는 자사주 교환 방식으로 LG화학(051910), 트라피구라, 모건스탠리, 한국투자증권, 한화 등을 우군으로 확보했다.
이 덕분에 작년 6월 14.55%에 불과해 장 씨측(32.99%)의 절반에도 못 미쳤던 최 씨 측 지분은 올해 6월말 기준 28.86%로 치솟아 장 씨 측(32.91%)을 거의 따라잡았다. 현대차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최 씨 측 지분은 32.45%로 장 씨 측(31.57%)을 처음으로 앞서게 된다.
최 회장이 작년부터 우호 세력을 확보한 이유는 내년 3월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처럼 최 회장측 우호 지분이 장 씨 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계속됐다면 재선임이 안될 수도 있었다.
공교롭게 장형진 고문의 임기도 내년 3월까지다. 최 회장 우호 지분이 장 씨 측을 크게 웃돌면 장 고문의 재선임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영풍그룹을 설립한 이후 지난 74년간 고려아연은 최 씨 일가가, 전자 계열사는 장 씨 일가가 맡아서 경영해왔으나 고려아연의 덩치가 커지면서 갈등이 커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