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마일(last mile·상품이 개인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물류 배송의 마지막 구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로봇의 층간 이동을 놓고 로봇 업계와 승강기 업계가 본격적인 수 싸움을 시작했다. 로봇 업계는 로봇에 팔을 달아 엘리베이터와 통신을 하지 않아도 층간 이동이 가능한 제품을 내놓았고, 승강기 업계는 로봇과의 통신 연동 기술을 상용화하고 고도화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15일 로봇 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로봇을 만드는 로보티즈(108490)는 지난 6월 실내용 자율주행로봇 '개미'의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로봇 팔을 활용한 엘리베이터 조작 및 노크 기능을 강화했다. 로봇 팔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인식하고 조작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로보티즈의 자율운행로봇이 로봇 팔로 엘리베이터를 조작하는 모습 / 로보티즈

개미는 로봇 팔 끝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엘리베이터 버튼의 숫자와 문자를 인식하고, 스스로 승하차 및 목표층 지정을 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와의 통신 연동이 필요 없어 통신 장치를 달지 않아도 된다. 로봇 팔은 객실 앞에서 문을 두드리는 용도로도 쓰인다.

실내용 개미는 현재 헨나호텔 명동점, 코트 야드 메리어트 타임스퀘어,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메이필드 서울, 평창 켄싱턴 호텔, 아난티 힐튼 부산, 일본 더 라이즈 오사카 기타신치 등 국내외 50여 개의 호텔과 서울시청 등에서 쓰이고 있다.

승강기 업계는 로봇과 엘리베이터의 통신 연동 기술을 대부분 상용화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오티스 코리아 등은 로봇과의 통신 연동이 가능한 엘리베이터 제품군을 내놓고, 이를 지원하는 유지·보수 서비스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티케이엘리베이터는 로보티즈와 함께 상호 연동이 가능한 승강기 및 배송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는 중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달 26일에 LG전자(066570)와 함께 로봇-엘리베이터 연계 사업협력과 로봇산업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KT(030200)를 포함한 3자 구도로 만들면서, 로봇의 승강기 이용에 통신이 필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승강기 업계는 한 건물 내에서 동시 운영 중인 여러 엘리베이터 중 이용객이 많아 혼잡한 엘리베이터를 피해 로봇을 승차시키는 등 기술 수준을 더 높이고 있다.

로봇 업계와 승강기 업계는 라스트 마일 자동화 시장을 두고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관계다.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배송 로봇이 각 세대 현관문까지 가려면 마지막 관문인 엘리베이터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로봇산업협회와 대한승강기협회는 지난 8일 로봇 및 승강기 산업 경쟁력 강화와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로봇의 층간 이동 표준 마련 및 기술 협력, 정보 교류, 공동 연구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한국로봇산업협회는 지난해 11월 중소 승강기 업체가 주축인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과도 협약을 체결했다. 대한승강기협회는 지난 5월 16일 현대엘리베이터, 오티스엘리베이터, 티케이엘리베이터, 미쓰비시엘리베이터 등과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 등이 참여한 가운데 실내외 자율주행로봇 상호연동 표준개발 간담회를 열고 관련 연동 사례 및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