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6년여 만에 한국 단체 여행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항공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한·중 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중국 정부의 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자국민의 해외 단체 여행 3차 사업을 10일 공지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호주 등 78개국으로 가는 단체 여행을 재개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 여행사들은 이들 국가의 단체 여행 상품과 에어텔(항공권 + 호텔)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국적 항공사들은 공식 발표를 토대로 중국 노선 운항 재개와 증편을 검토할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의 대한항공 여객기 모습. /뉴스1

단체여행이 허용되면 중국 노선의 운수권을 많이 보유한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이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현재 중국 14개 노선을 주 79회 운항 중인데, 2019년에는 22개 노선에 191회의 비행기를 띄웠다. 운수권이 필요 없는 중국 산둥성(省)과 하이난성 등을 중심으로 저비용항공사(LCC)도 운항을 확대할 수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 관광이 허용되면 관광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여객 수요를 검토해 노선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이듬해부터 한국 단체 여행 상품 판매를 사실상 제한해 왔다. 한국~중국 노선 여객 수는 2016년 1986만명에서 2017년 1394만명으로 줄었다. 이후 2019년에 1843만명까지 늘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다시 급감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단체 여행을 재개했다. 1차로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20개국의 단체 여행을 허용했고, 이어 2차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40개국에도 빗장을 풀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1·2차 단체 여행 허용 대상에서 빠졌다.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중국 정부가 빗장을 덜 풀면서 한국~중국 노선은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지난달 중국 노선 여객 수는 81만8831명이었다. 1년 전보다 27배 뛰었으나,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7월과 비교하면 51.6%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일본 노선 여객이 96.6% 수준까지 회복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단체 여행 재개 조치로 항공업계는 여객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항공기를 단기간에 늘리기가 어렵다. 코로나19 기간 몸집을 줄였던 주요 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기재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 부담도 커졌다. 국제 항공 분석 업체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항공기 리스 비용은 30% 넘게 증가했다.

한중 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중국 정부가 태도를 달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 사례처럼 변수가 많아 중국 노선을 공격적으로 증편하기보단 수요에 맞춰나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