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들이 중동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전 세계가 저성장 국면이지만, 중동 지역은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정부 주도로 신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수혜를 얻기 위한 국내 스타트업들의 '중동 진출 러쉬'가 이어지고 있다.
◇ 아기상어에 반한 사우디… 수직농장으로 UAE 뚫은 엔씽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키즈 지식재산권(IP) '아기상어'로 유명한 더핑크퐁컴퍼니는 최근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 최초로 사우디 투자부와 현지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사우디 정부와 함께 키즈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개발하고 제반 환경을 구축하는 데 협업하기로 했다.
현재 사우디 지역에서 핑크퐁 유튜브 동영상 누적 조회수는 12억회, 누적 시청 시간은 4500만시간에 이른다. 현지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더핑크퐁컴퍼니는 중동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샤히드(Shahid)'와 중동 최대 이동통신사업자 '에티살랏(Etisalat)'에 자체 콘텐츠 700편 이상을 배급하고 있다.
또 UAE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서는 현지 관광청 초청으로 핑크퐁 콘서트 투어를 진행해 8일 동안 10만명이 방문했다. 지난해 3월에는 UAE 두바이에서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아이가 울자, 기내 탑승객들이 아기상어 노래를 불러 아이를 달래는 영상이 공개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영상 조회수는 단기간에 800만회를 넘어섰다.
스마트팜 스타트업 엔씽도 일찍이 중동에 진출했다. 자체 개발한 수직농장과 농장 설루션을 2019년에 UAE 아부다비에서 기술검증에 성공해 현지에서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UAE는 건조한 지형과 날씨 문제로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수직농장과 같이 식량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기술에 투자에 관심이 많다.
엔씽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농장 수출 계약을 따내 중동 지역에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김혜연 엔씽 대표는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의 UAE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동행했다.
3차원(3D) 소셜미디어(SNS) 서비스를 하고 있는 스타트업 아들러는 최근 UAE의 공영방송 '알다프라TV'에 소개되기도 했다. 아들러는 자신만의 3D 가상공간을 만들고 공유하는 SNS를 서비스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없이 모바일, PC, 가상현실(VR) 등에서 접속할 수 있다.
알파프라TV는 "아들러의 가상현실 기술은 물리적 장벽을 넘어 현실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상대와 소통이 가능하게 한다"고 소개했다.
◇ 중동, 경제 성장률 '안정'... 중기부 지원 사격
스타트업들이 중동을 향하는 이유는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으면서도 투자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UAE의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1년 3.9%에서 지난해 7.3%로 나타났다. 사우디도 2021년 3.2%, 2022년 8.4%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GDP 성장률은 2021년 4.3%, 2022년 2.6%다. 여기다 중동의 각국 정부도 신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와 투자사들도 중동과 함께 펀드를 만들어 스타트업의 진출을 돕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VC) 넥스트웨이브벤처파트너스는 사우디의 액셀러레이터(AC) 느무헙(Nmohub)과 손잡고 국내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 사우디 진출을 지원한다. 국내 AC 씨엔티테크도 사우디 국부펀드 운영사인 사나빌 인베스트먼트와 공동펀드를 조성해 사우디에 진출하려는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사우디와 1억6000만달러(약 2084억원) 규모의 공동펀드를 조성했다. 사우디벤처투자(SVC), 사우디국부펀드(PIF Jada)가 조성한 1억5000만달러(약 1954억원) 규모의 펀드에 한국벤처투자가 1000만달러(약 130억원)를 출자한다. 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올해 안에 사우디 리야드에 국내 기업의 현지 사업을 돕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연다.
중진공은 "한국은 사우디 비전 2030의 중점 협력국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센터 설치를 계기로 우리 기업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