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금리가 이어지면서 한국 기업 3곳 중 2곳은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금리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 같은 내용의 '최근 무역업계 금융 애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3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무역업계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3차 금융 애로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도 금융 애로 실태 조사를 했다.

지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자금 사정은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는 응답이 1차 조사 45.6% → 2차 조사 59.8% → 3차 조사 65.6%로 늘었다. 앞서 1·2차 조사에서 기업들은 자금 사정 악화 원인으로 '금리 인상'을 꼽았으나, 이번 3차 조사에선 '매출 부진'이 1순위였다.

또 이번 3차 조사에서 이자 비용이 '영업이익과 비슷하거나 초과한다'는 기업이 49.8%에 달했고, 54%는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렵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예산 축소(27.6%)', '인력 감축(20%)', '사업 구조조정(15.8%)' 등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금융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업 중 77.3%는 '현재 지원받는 정책 금융 규모가 부족하다'고 했다. 기업들은 정책 금융 신청 과정에서 ▲높은 수혜 대상 선정 기준(48.2%) ▲복잡한 서류 제출 절차(44.0%) ▲ 정보 파악 어려움(38.4%)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기업들은 '금리 부담 완화(79%)'가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 들어 5%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는 기업 대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 밖에도 대출·신용보증 한도 확대(63.6%), 대출 상환 및 이자 납부 유예(41.8%)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특히 중소 수출 기업의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다"며 "자금난을 겪는 기업을 지원해야 수출 산업 생태계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리 완화가 어렵다면, 업체당 30억원 수준인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의 통합 보증 한도를 150억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