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공모가 대비 200% 넘게 오르며 코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한 필에너지(378340)가 공장을 증설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필에너지는 경기도 오산에 연면적 3만9000㎡ 규모의 1공장을 가동 중이며, 올해 12월에 연면적 1만7052㎡ 규모의 2공장이 준공된다.
필에너지는 이차전지 제조 공정의 50%를 차지하는 조립에 사용되는 스태킹(stacking) 장비와 레이저 노칭(notching)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스태킹 장비는 이차전지 제조 공정에서 양극재와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를 쌓을 때, 노칭 장비는 배터리 소재를 자를 때 사용된다.
필에너지는 주 고객사인 삼성SDI(006400)와 안정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필에너지는 지분 14.15%를 가진 삼성SDI와 스태킹 장비를 공동 개발하고 독점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작년 기준 필에너지 매출의 99.6%가 SDI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필에너지의 지난해 매출(연결기준)은 1897억원으로, 전년대비 14.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27% 급등한 168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설립 이후 3년 만에 거둔 성과다.
최근에는 삼성SDI가 공격적으로 설비를 늘리면서 필에너지의 동반성장 가능성도 커졌다. 삼성SDI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와 함께 미국 인디애나주에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1·2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공장 규모는 각각 33GWh(기가와트시), 34GWh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필에너지가 삼성SDI-스텔란티스 합작공장에 공급되는 물량을 하반기부터 수주한다는 전제하에 “올해 스태킹 장비 매출은 전년대비 22% 성장할 것”이라면서 “삼성SDI와 GM의 북미 합작공장도 회사의 실적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에너지는 고객사의 공장 증설 계획에 맞춰 1·2공장 인근에 3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3공장까지 구축되면 필에너지의 생산능력은 대폭 확대된다. 필에너지 관계자는 “3공장은 수년 내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에너지는 기업공개(IPO) 성공을 계기로 신규 장비 개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현재 테슬라가 채택한 4680 원통형 배터리(지름 40㎜, 높이 80㎜ 제품) 제작에 사용되는 와인더(권취기·배터리 소재와 부품을 감는 기계 설비)와 전고체 배터리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칼날 모형의 금형을 사용하는 프레스 노칭 대신 레이저를 사용하는 레이저 노칭 장비도 개발한다.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은 고객사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 필에너지는 작년 7월 노르웨이 신생 배터리 업체인 모로우배터리에 레이저 노칭 장비 공급 주문을 받으면서 고객사를 추가했다. 필에너지 관계자는 “향후 제품군을 확대해 2027년에는 삼성SDI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60%로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