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円低·엔화 가치 하락)로 투자금이 몰리는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스타트업 육성을 주요 정책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주거지 근처에 분산형 사무실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알리콘’은 최근 일본 제4 이동통신 기업인 ‘라쿠텐 모바일’과 손잡고 부가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알리콘은 라쿠텐 모바일이 실시한 ‘B2B 비즈니스 사업 확장 모델 과제 응모’에 지원했다가 최종 선정되면서 협업을 진행하게 됐다.
알리콘은 사무 및 주거, 상업 공간의 출입 및 시설 관리를 전자기기로 원격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한다. 알리콘은 라쿠텐 모바일의 인터넷망과 알리콘의 공간운영 자동화 기술을 결합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하반기부터 기술검증을 진행한다.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기업인 무신사는 2년 전 무신사 재팬을 설립하고 최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달 18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패션·유통 바이어를 대상으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는 쇼룸을 열었다. 지난 4월에는 도쿄에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다.
로봇·인공지능(AI) 분야 기업들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 전문기업 로보티즈는 지난 5월 ‘더 라이즈 오사카 기타신지’ 호텔에 실내 배송로봇 ‘집개미’를 공급하며 일본에 진출했다. 생성형 AI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도 지난 4월 일본 진출을 공식화했다.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글로벌 투자 혹한기에도 엔화 약세에 힘입어 투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향후 5년간 스타트업 투자 규모를 현재의 10배 수준인 10조엔으로 늘리기로 한 점도 투자수요를 높이는 요인이다. 일본 스타트업 정보지 INITIAL Japan이 발간한 ‘일본 스타트업 파이낸스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스타트업 투자규모는 역대 최대인 8774억엔(약 8조원)을 기록했다.
한국 정부와 공공기관도 국내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4월부터 일본의 다케다제약이 2018년 설립한 혁신 클러스터에 국내 첨단 바이오 스타트업이 입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도 최근 일본 도쿄에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을 일본의 벤처캐피털(VC) 및 기업들에 소개하는 피칭행사를 개최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 취임 이후 스타트업 지원 제도가 확대되면서 국내 스타트업에도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면서 “다만 보수적인 일본 소비자들을 공략하려면 현지화 전략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