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역대급 폭염으로 전력난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전력난이 심화하면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않더라도, 글로벌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산업계 전반에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 무더위로 현지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전력난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지난 2021~2022년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중국 지방정부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기업을 중심으로 전력 사용을 제한했다. 포스코는 2021년 장쑤성에 위치한 스테인리스(STS) 생산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중국 장쑤성 장자강에 있는 포스코 스테인리스제철소의 열연공장에서 쇳물로 만든 반제품인 슬래브가 롤링머신을 통과하며 압연 과정을 거쳐 열연강판으로 길게 뽑아져 나오고 있다. /포스코 제공

중국 전기 생산량은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지만, 지난 2016년부터 사용량이 생산량을 웃도는 현상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중국전력기업연합회는 올해 여름 전력 피크 기간에 전국적으로 2000만~3000만 킬로와트(㎾) 규모의 전력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중국 31개 성(省), 시(市) 중 13개 지역의 기온은 2018년 이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베이징, 톈진, 충칭, 광둥 등 국내 기업이 많이 진출한 지역이 상당수 포함됐다. 베이징, 톈진 등이 속한 화북 지역은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5도 이상을 기록한 일수가 지난달 말 기준 9.8일로 예년(4.6일)의 2배를 상회했다. 올해 7~8월 중국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예년 대비 1~2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3~5월 중국 주요 전력망 운영사의 최대 전력 부하(전력 수요 피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대비 1억~1억5000만 킬로와트시(㎾h)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2년 연속 전력난을 경험한 중국 정부가 에너지 공급 안정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일부 지역 내 단기적인 전력 부족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기업들이 중국 내 폭염 예상 지역의 주요 산업을 분석하고, 생산품의 공급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스트림(원료 조달 및 생산) 부문의 공급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주요 생산 기지의 공급량, 가격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이차전지 핵심 리튬 소재인 수산화리튬의 전국 평균 가동률은 35%대로 급락했다. 중국 내 2대 생산기지 중 하나인 쓰촨성이 전력난으로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낸드플래시 공정 필수 소재인 황린의 중국 최대 생산기지 윈난성이 전력 부족으로 황린 감산령을 내리면서 황산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