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엔진 설계회사 만 에너지솔루션즈(MAN Energy Solutions)가 연구용 암모니아 엔진의 연소 테스트에 성공했다. 연구용 엔진 연소 테스트는 엔진의 주요 부위 설계를 마친 뒤, 설계한 대로 출력 등의 성능이 발휘되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암모니아 엔진이 실제작 직전 단계에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암모니아는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꼽힌다.

12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만은 지난주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연구소(Research Centre Copenhagen)에서 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2행정 연구용 엔진의 연소 시험에 성공했다. 2행정 엔진은 대형 선박의 추진용으로 쓰인다. 만은 앞으로 수주한 2행정 연구용 엔진의 테스트를 이어가며 연소 성능과 관련한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엔진설계사 만에너지솔루션즈가 코펜하겐 연구소에서 제작설치해 연소시험에 성공한 연구용 암모니아엔진. / 만에너지솔루션즈 제공

만은 이번 시험 엔진 연소 테스트의 성공에 대해 ‘역사적 한 주’, ‘중요 이정표’라고 자평했다. 만은 전 세계 선박용 엔진 디자인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로, 빠른 신제품 개발로 시장을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머지 2행정 엔진 설계 시장의 30%가량은 WIN-GD가 점유하고 있다.

만의 경쟁사인 WIN-GD도 암모니아 엔진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두 설계회사의 엔진 생산면허를 모두 보유한 HD현대중공업(329180)은 2024년까지 첫 암모니아 엔진을 납품한다는 계획을 밝혀놓은 상태다.

만이나 WIN-GD 등 엔진설계 회사는 직접 엔진을 제작하는 생산시설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대신 HD현대중공업(엔진기계사업부)이나 HSD엔진 등 선박용엔진 제작사에 면허를 발급해 엔진 실물을 만든다. 아이폰의 설계는 애플이 하지만, 제작은 폭스콘이 맡는 것과 비슷하다.

만의 선박용 암모니아 엔진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암모니아의 해상연료 인정 및 실선 계약도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의 대다수 선주는 암모니아 추진선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차세대 연료를 놓고 경쟁하는 메탄올이 암모니아에 비해 효율이 낮고 공급이 제한적이며, 소량이지만 탄소를 배출한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암모니아 추진선 계약은 아직 없다. 암모니아 연료를 쓸 수 있는 선박용 엔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엔진이 개발된 메탄올이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는 모양새였다. 머스크, CMA-CGM, COSCO, 에버그린, HMM(011200) 등 세계적 해운사들은 대거 메탄올 추진선을 발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