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K9 자주포 루마니아 수출 사업이 순풍을 타고 있다. 조달·생산 방식 등을 놓고 루마니아 정부와 업체 간에 활발한 논의가 오가고 있으며, 1차 수출 규모가 54문이 될 것이라는 전언도 나오고 있다. 금액으로는 8000억원 규모다.
10일 외교부와 루마니아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루마니아 등에 따르면, 다니엘라 니콜레스쿠(Daniela Nicolescu) 루마니아 경제기업관광부 차관은 이달 초 주루마니아 대사관 주최로 현지에서 열린 ‘2023 한-루마니아 방산협력 컨퍼런스’에서 K9 자주포의 일부 부품을 루마니아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논의했다. 자주포에 사용되는 155㎜(밀리미터) 대구경탄을 생산하는 풍산(103140)과도 탄약 사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니콜레스쿠 차관은 “루마니아와 한국 방산업계가 기술이전과 생산 현지화를 기반으로 상호 협력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며 “연초부터 한화, 풍산과 자주포 부품 및 탄약 생산에 대해 논의를 이어 왔다”고 말했다.
동유럽 매체 비셰그레드 24(Visegrad 24)도 트위터를 통해 “루마니아는 한국으로부터 총 90문의 자주포를 도입할 예정으로, 1차 계약분은 54문이 될 것”이라고 8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 매체는 “폴란드와 루마니아는 종종 상호 운용성을 위해 같은 무기를 구매한다”고 덧붙였다. 폴란드는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K9 자주포 212문을 구매하는 3조2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월 루마니아 국영 방산업체인 롬암(ROMARM)과 무기체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에는 두 회사가 K9 자주포,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IFV) 등의 공급 및 활용, 보수 유지와 관련해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루마니아가 원하는 내용에 따라 최적의 설루션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루마니아가 빠른 납기를 원하면 한국에서 생산해 바로 납품하고, 그렇지 않으면 기술 이전 등을 통해 루마니아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식 등을 모두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루마니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면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NATO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예산 비중을 2%에서 2.5%로 인상했고, 루마니아 정부 역시 군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루마니아 정부는 노후화된 장갑차와 견인포 중심의 구식 무기체계를 바꾸기 위해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실레 딘코 루마니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9월 방한해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Korea)에 전시된 한국 방산 무기를 직접 살펴봤고, 개정된 한-루마니아 국방협력증진 의향서(LOI)에 서명하면서 양국 간 국방·방산 분야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목표 의식을 공유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안젤 틀버르 루마니아 신임 국방부 장관이 한국을 찾아 경남 창원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064350) 사업장을 방문했다. 올해 1월에도 테오도르 인치카쉬 루마니아 병기총국장과 비치 모카누 군자원실 부실장 등이 한국을 방문해 양국 간 방산 협력 가능성과 방산 업체들의 사업장을 살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올해 2월 루마니아와 MOU 체결 이후 양측 실무자 간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져 오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계약 시기나 규모 등이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