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몇 도(℃)인가요?”

최근 조선소 직원들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선 점심시간을 앞두고 기온을 묻는 글이 잇달아 올라온다. 1분 단위로 기온이 오르내릴 때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이른 더위가 찾아온 가운데 기온에 따라 점심시간 연장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329180),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조선소들은 기준 기온을 넘으면 점심시간을 연장한다.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은 28℃ 이상인 날에 점심시간을 20분 늘린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이달 10일부터 8월 말까지는 생산 부서의 점심시간을 조건 없이 30분 연장하기로 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직원들이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은 오후 12시(정오) 기준 28℃ 이상이면 휴식시간을 30분 늘리고, 31.5℃가 넘으면 1시간까지 연장한다. 삼성중공업은 28.5℃ 이상이면 30분, 32.5℃ 이상이면 1시간씩 점심시간을 늘린다. 기온은 보통 조선소 내 백엽상(온도·습도·기압계 등이 있는 집 모양의 하얀 상자)이나 인근 기상관측소의 측정 결과를 기준으로 한다.

추가 휴식시간이 걸려 있는 만큼 조선소 현장 직원들은 기온에 관심이 많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지난 5일 정오 기온이 27.9℃로 관측됐다. 점심시간 연장에 0.1℃ 모자랐다. 같은 날 오전 11시까지 28℃를 웃돌다가 기온이 떨어진 것을 두고 음모론까지 나왔다고 한다. 한화오션의 한 생산직원은 “우스갯소리로 ‘누가 기온 관측기에 물이라도 뿌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며 “30분이 짧은 것 같아도 여름철 조선소 직원들에게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조선소는 독(Dock·선박 건조장)과 안벽에서 이뤄지는 조립, 도장, 의장(장비·설비 설치) 등의 공정 대부분이 실외에서 진행돼 여름철 더위에 취약하다. 철판 위에서 용접 작업을 진행할 때는 체감온도가 40℃를 넘는다. 이에 조선사들은 매년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 특히 조선사들이 3년 치 일감을 확보하면서 생산성까지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모두 에어쿨링 조끼(압축 공기를 순환시켜 체온을 낮춰주는 제품)를 비롯한 혹서용품을 지급하고, 스폿쿨러(이동식 에어컨)를 가동 중이다. 제빙기나 정수기, 식염포도당 등도 조선소 곳곳에 비치했다. 식단도 보양식 위주로 짜고 있다.

조선사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조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국내 건조 규모를 고려할 때 2027년까지 생산인력만 3만7000명을 충원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인력을 늘리려 한다”며 “급여를 비롯한 근무 환경 전반을 계속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