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해외 출장을 갈 때 대한항공(003490) 전세기를 이용하면서 비행 동선이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있다. 삼성은 과거에 전용기 3대를 운영했으나 이 회장의 지시로 2015년에 모두 대한항공에 매각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전용기를 다시 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과거 이 회장의 지시로 매각했기 때문에 다시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2일 재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18일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베트남 순방에 동행하기 위해 전세기 787-8 BBJ를 타고 프랑스로 출국했다. 반면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000880)그룹 부회장 등 다른 총수들은 모두 각 사가 보유한 전용기를 타고 출국했다.
전용기는 소유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비행 정보를 공개하지 않지만, 전세기는 민항기인 대한항공 소유라 편명, 위치, 고도, 속도, 비행시간, 지연 여부 등의 비행 정보가 항공기 추적 사이트 등에 노출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14년 말레이시아항공 370편 실종 사건을 계기로 항공기 위치 추적 정책을 도입했다. 이에 2018년부터 전 세계 민간 항공기는 1분마다 위성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송신한다.
플라이트레이더24에서 이 회장의 787기를 검색해 보면, 이 회장은 지난달 18일 서울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SGBAC)를 통해 오후 10시 40분 프랑스 파리로 출국했다. 10시간 후인 8시 40분에는 동유럽 조지아 서쪽 끝자락 상공을 지나고 있었으며 당시 고도는 3만7975피트, 속도는 388K TS(시간당 약 717㎞)였다는 정보를 알 수 있다.
787기는 파리에 도착한 뒤 인근 브뤼셀로 이동해 주기(주차)했다. 이후 21일 브뤼셀에서 다시 파리로 돌아와 이 회장을 태우고 베트남 하노이로 이동했고 23일 서울로 돌아왔다.
대기업 총수의 동선은 경쟁업체에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특정 나라 또는 특정 지역을 자주 방문한다면 어느 업체와 협력을 모색할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용기의 장점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걸프스트림 G650 ER을 추가 주문해 연말에 인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 내부에서도 보안 문제와 함께 최근 해외 출장이 많아지면서 전용기 구매를 다시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