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전기차 배터리를 넘어 ESS(에너지 저장 장치)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SS는 사용하지 못한 잉여 전력을 저장한 뒤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있게 하는 대용량 배터리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영국·독일·프랑스 등)을 비롯해 아시아(한국·일본·인도·필리핀·호주 등), 북미(캐나다·미국·칠레 등) 시장에서 ESS 사업을 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누적 설치·수주 규모는 21.6기가와트시(GWh)에 달한다.

지난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에너지저장장치 전시회 'ESS 유럽 2023' 내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리튬인산철(LFP) 셀을 적용한 주택용 ESS 신규 브랜드인 ‘엔블럭(Enblock)’이 전시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7조2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원통형 및 ESS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총 생산능력은 43GWh로 북미 내 글로벌 배터리 독자 생산 공장 중 사상 최대 규모이며, 이 중 16GWh가 ESS 전용 LFP 배터리 생산 라인이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ESS 전용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최초다.

단순 ESS 생산에 그치지 않고, ESS를 활용한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미국의 ESS SI(System Integration) 전문 기업 NEC에너지솔루션을 인수해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LG Energy Solution Vertech. Inc.)를 설립했다.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는 ESS 운영, 모니터링 및 제어를 위한 포괄적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ESS를 활용한 신산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0월 LG에너지솔루션은 사내독립기업 에이블(AVEL)을 통해 제주도에서 전력망 통합 관리 사업(EA)을 시작했다. ESS는 재생에너지를 통합 관리해 효율적인 전력망을 구축하는 EA사업에서 가장 핵심 요소다.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많으면 ESS에 저장하고, 적으면 저장된 전력을 방출하며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2차전지 업계에서 ESS 시장은 ‘전기차보다 더 큰 잠재력을 가진 산업’으로 꼽힌다”며 “풍력, 수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전력은 수시로 바뀌는 환경에 따라 생산량이 불규칙할 수밖에 없어 ESS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신에너지금융연구소(BNEF)에 따르면 글로벌 ESS 산업 시장은 2021년 110억달러(약 14조950억원)에서 2030년 2620억달러(약 335조7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도 글로벌 ESS 시장 규모가 2022년 75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506GWh까지 연평균 34%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흔히 2차전지는 전기차 혹은 스마트폰, 전동공구에 탑재되는 배터리만 생각하기 쉽지만 향후에는 주택과 빌딩, 공장 등 전기가 있는 모든 곳에 ESS가 설치될 것”이라며 “주택과 상업, 산업 및 전력발전 산업 모두에서 ESS의 활용 가치는 매우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