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 오른다. 법안을 강행하려는 야당을 제지하기 위해 여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소기업은 노동조합 결성률이 낮아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대기업 노조가 파업하면 간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하고,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2009년 77일간 파업을 벌인 쌍용차 노조가 47억원 배상 판결을 받은 사건에서 비롯했다. 19·20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하면서 다시 논의가 시작됐다.

이정미(가운데) 정의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노란봉투법은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고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부의(토론의 부침) 여부를 표결할 예정이다. 현재 야당이 과반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어 단독으로 부의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부의 표결만 하고 의결은 미룰 방침이다. 여당은 부의를 제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에 나설 계획이다.

경영계는 노조가 파업으로 인한 손실 책임에서 벗어나게 되면 불법 파업이 급증해 기업 운영이 어려워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노란봉투법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법안"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가 붕괴하고 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 파업 증가에 따른 간접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절반가량은 대기업 협력사다. 대기업이 파업으로 피해를 보면 중소기업도 납품 중단 등의 영향을 받는데,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자금력과 위기 대응력이 떨어져 피해가 더 치명적이다.

지난 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해 의원석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대기업 납품 의존도가 높은 1~3차 중소 협력사들은 도산까지 내몰리곤 한다"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603만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노란봉투법의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거제·통영·고성 조선 하청지회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51일간 파업했을 당시 주문이 끊기면서 중소협력업체 7곳이 도산했다. 노조법 개정의 계기가 된 2009년 쌍용차 파업 사태 때도 1차 협력사 32곳 중 4곳이 부도를 냈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5개사가 휴업했다. 2차 협력사 399개 중엔 19곳이 도산하거나 법정관리를 받았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실장은 "중소기업은 지금도 내수 위기와 수출 위기를 복합적으로 겪고 있는데, 30인 미만 사업장 8시간 추가근로제 등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법안은 통과되지 않고 기업을 옥죄는 법안만 처리되고 있다"며 "노란봉투법은 일부 강성노조만 이득을 보는 법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