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동국제강(460860) 인천공장. 인접한 북항에 철스크랩(고철) 더미가 높게 쌓여 있었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이 사용하는 고철은 연간 250만톤(t) 안팎인데, 30% 이상이 북항을 통해 해외에서 들어온다. 고철은 쉴 새 없이 쇳물을 만드는 제강공장으로 옮겨졌다. 제강공장 내 전기로의 전극봉이 고철을 녹이는 동안 연신 불꽃이 튀었다. 전기로 내부의 최고 온도는 1500℃. 이날 바깥 기온이 30℃였지만, 제강공장 내부의 열기에 비하면 선선하게 느껴졌다.

전기로에서 만들어진 쇳물은 합금철 등을 투입해 성분을 조절하는 LF(Ladle Furnace) 공정을 거쳐 말구유처럼 생긴 턴디시(Tundish)로 쏟아졌다. 이어 6개의 노즐을 통해 각각 연주기에 들어갔다. 연주기 내 틀에 맞춰 쇳물이 굳자, 가로·세로 150㎜, 길이 13.2m의 반제품 빌릿(billet)이 만들어졌다.

지난 27일 동국제강 인천공장 제강공장에서 반제품 빌릿(Billet)이 만들어지고 있다. /권오은 기자

인적 분할에 따라 열연 사업회사로 새 출발한 동국제강은 인천공장과 포항공장, 당진공장을 운영 중이다. 포항공장에선 코일 철근이나 형강을, 당진공장에선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생산한다. 인천공장은 철근 생산의 핵심 기지로 모든 규격의 철근을 만들 수 있다. 연간 생산능력도 220만t으로 국내 전체 철근 생산능력의 18.3%를 차지한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은 친환경 공법의 선봉에 서있기도 하다. 2010년 국내 최초의 친환경 전기로인 ‘에코 아크 전기로’를 도입했다. 포항공장은 수요를 고려해 기존 55t 전기로(연간 55만t의 쇳물 생산)를 운영 중이고, 당진공장은 후판의 원재료가 고로(용광로)에서 만든 반제품 슬래브(Slab)여서 따로 전기로가 없다. 인천공장은 올해부터 에코 아크 전기로보다 에너지 효율을 더 높인 ‘하이퍼 전기로’ 공정도 개발 중이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에는 120t 전기로와 100t 전기로 2기가 운영 중인데, 120t 전기로가 에코 아크 전기로다. 120t 전기로는 연간 120만t의 쇳물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인데, 줄여서 ‘120t’으로 부른다.

에코 아크 전기로는 쇳물 1t을 생산할 때 280㎾h의 전력을 쓴다. 일반 전기로보다 100㎾h가량 전력 사용량이 적다. 가파르게 오른 산업용 전기요금을 고려할 때 1㎾h 차이는 연간 2억원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에코 아크 전기로로 한 해 200억원을 아낄 수 있다는 의미다. 에너지 소모가 적은 만큼 탄소 배출량이 감소하는 효과도 있다. 지난해 동국제강그룹은 전기요금으로 약 2400억원을 썼다.

에코 아크 전기로의 핵심 설비는 ‘샤프트(Shaft)’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의 에코 아크 전기로는 긴 통 모형의 샤프트가 붙어있다. 샤프트로 고철이 들어오면 전기로에서 나온 폐열과 배가스(불필요하게 돼 배출되는 가스)를 이용해 미리 예열한다. 장입(용광로 등에 원료를 넣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고철이 900~1200℃ 수준까지 달궈진다. 그만큼 고철을 쇳물로 녹이는 데 필요한 전력이 감소한다.

에코 아크 전기로는 샤프트 내부의 푸셔(Pusher)가 전기로에 고철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연속 주조’가 가능하다. 일반 전기로가 고철을 넣을 때마다 뚜껑을 여닫아 열 손실이 발생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장성준 동국제강 인천공장 제강팀 부장은 “예열과 연속 주조를 통해 에코 아크 전기로가 일반 전기로보다 전력을 30%가량 덜 사용한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동국제강 인천공장 압연공장에 완성된 철근 제품이 쌓여 있다. /권오은 기자

제강공장에서 만들어진 빌릿은 압연공장으로 넘겨진다. 이때 달궈진 빌릿을 그대로 압연 공정에 투입하는 게 핫차지(Hot Charge) 공법이고, 상온에서 식은 빌릿을 넣는 게 콜드차지(Cold Charge) 공법이다. 빌릿을 가공하려면 1000℃까지 온도를 올려야 하는데, 뜨거운 빌릿을 넣으면 그만큼 가열에 필요한 에너지가 적게 들어간다.

핫차지 공법을 사용하면 콜드차지 공법보다 제품 1t당 약 1만9000원가량 에너지 비용이 덜 든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은 전체 제품의 90% 안팎을 핫차지 공법으로 생산한다. 생산능력을 토대로 단순 계산하면 연간 200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은 ‘인덕션 히터(induction heater)’ 설비도 갖췄다. 빌릿은 가열로에 들어가기 전에 인덕션 히터를 거친다. 인덕션 히터 내부의 코일에서 발생한 자기장을 통해 빌릿의 온도가 600℃까지 오른다. 빌릿을 가열로에 바로 투입할 때보다 생산성(시간당 제품 생산량)이 10%가량 좋아지고, 그만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가열로에서 50분가량 시뻘겋게 달궈진 빌릿은 밀라인(Mill line) 공정으로 들어선다. 빌릿은 17개의 스탠드(Stand)를 지날 때마다 상하좌우로 눌리면서 얇고 길어졌다. 가로·세로 150㎜ 정사각형 모형의 빌릿이 지름 25㎜의 철근 형태로 바뀌었다. 이어 QTB(quenching tempered bar) 설비로 이어졌다. QTB 내부에선 물이 쏟아졌다. 빠르게 식으면서 철근 조직이 단단해지는 효과가 있다. 김상훈 봉강생산팀 차장은 “QTB를 통해 강도가 높아지는 만큼, 제강 공정에서 합금철 투입량을 40~5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냉각 후에도 철근 온도는 300℃가 넘는다. 상온에서 일정 시간 식히는 과정을 거치면서 한층 더 단단해진다. 이후 철근은 정정 공정에서 고객이 원하는 길이에 맞춰 잘린 뒤, 한 다발에 약 2.5t 무게로 묶였다. 로봇팔이 다발마다 표식을 부착하는 것으로 출하 준비가 마무리됐다.

지난 27일 동국제강 인천공장과 맞닿은 북항에 철스크랩(고철)이 적치돼 있다. /권오은 기자

철강기업에 에너지 절약과 탄소 감축은 생존의 문제가 됐다. 환경 규제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 제품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비용 부담도 커졌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1년 대비 현재 46.5% 올랐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의 전기요금 역시 월평균 110억원 수준에서 150억원까지 뛰었다.

동국제강은 중장기 친환경 전략 ‘Steel for Green’에 따라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보다 1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국제강은 에코 아크 전기로 공정보다 에너지 효율을 한층 더 높인 하이퍼 전기로 공정을 추진 중이다. 동국제강은 올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4대 업종 탄소중립 개발사업 가운데 ‘전기로 효율 향상을 위한 에너지 순환 하이퍼 공정 기술 개발’ 과제에 참여해 2028년까지 하이퍼 전기로 공정을 개발할 계획이다.

공정 효율화도 계속되고 있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은 올해 초부터 가탄제(쇳물에 탄소 성분을 보충해 주기 위해 넣는 탄소질 물질) 투사 방식을 바꿨는데, 이것만으로도 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이찬희 동국제강 인천공장 공장장은 “공정을 지속 보완 중인데 에너지 효율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어, 탄소 배출량 10% 감축을 조기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며 “해외 규격에 맞는 제품을 시험해 보는 등 수요처 확대를 위한 노력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