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전용기를 타고 출국했다. 최 회장은 부산 엑스포를 알리기 위해 전용기 2대에 ‘World EXPO 2030 BUSAN KOREA’라는 문구를 도색했다. SK그룹이 보유한 전용기는 3대인데, 도색은 2대만 했다. 나머지 한 대는 엑스포 유치 활동이 끝나면 매각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2019년에 최신 기종인 걸프스트림 G650을 구입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걸프스트림 G550(2009년식)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적정 매수자를 찾지 못해 매각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이후 계열사의 글로벌 사업 확대로 최고경영자(CEO)의 해외 출장이 늘고 ‘엑스포 출장’까지 잦아지면서 G650, 에어버스 A319와 함께 G550도 일부 운행에 투입하고 있다.

SK그룹이 최근 부산엑스포 홍보 문구를 도색한 업무용 전용기 에어버스 A319. /SK그룹 제공

SK그룹은 SK텔레콤(017670) 명의로 전용기 3대를 보유하고 있다. G550의 매각이 지연되면서 SK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전용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그룹이 됐다. 현재 전용기는 서울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SGBAC)에 있다. 전용기는 통상 지붕이 있는 계류장에 서 있는데, 이 비용은 하루에 300만원 안팎이다. 가만히 세워두는 것에만 연간 10억원 이상이 드는 것이다. 이·착륙료 등 공항 시설 사용료는 별도다.

SK그룹이 지난해 말 밝힌 ‘업무용 항공기 공동관리계약’ 공시를 보면, SK그룹은 SK텔레콤 101억5000만원, SK하이닉스(000660) 100억8000만원, SK이노베이션(096770) 101억5000만원 등 총 303억원가량을 항공기 운영 비용으로 잡았다. 전용기 한대당 투입하는 운영 비용이 연간 100억원 수준인 셈이다. 이는 지난 2020년 3사의 총 분담금(230억원)보다 32%(7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SK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걸프스트림 G550 전용기. /항공기술정보시스템 캡처

G550의 구매가격은 800억원 안팎으로 전해진다. 미국 중고 제트기 거래 사이트 등을 보면 2009년식 G550의 중고 가격은 현재 약 1900만달러(248억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SK그룹이 보유한 G550의 운영 횟수와 주행거리는 확인되지 않지만, 전용기 상태는 A급인 것으로 전해진다.

SK 관계자는 “기존 해외 비즈니스 출장에 엑스포 출장이 더해지면서 업무용 항공기 운행 수요가 급증한 상황”이라며 “연말 엑스포 유치활동이 일단락된 이후 활용도와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G550 매각을 다시 추진할 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이 2019년에 구입한 걸프스트림 G650. LG그룹도 같은 기종의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다. /걸프스트림 홈페이지 캡처

최근 미국, 일본, 파리, 베트남 등으로 경제 사절단 방문이 잇따르면서 재계의 전용기가 주목받고 있다. 경제 사절단으로 해외에 방문할 때 최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000880)그룹 부회장은 모두 전용기를 타고 출국했다.

재계는 200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 경영’이라는 구호에 맞춰 전용기를 구매해 왔다. 현재 10대 그룹이 보유한 전용기는 총 6대다. SK가 3대를 보유 중이고 현대차, LG, 한화가 각각 1대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와 한화는 보잉사의 B737-700 기종을, LG는 걸프스트림 G650을 운행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8개 그룹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상의 제공

삼성전자는 3대의 전용기를 운영했지만, 현재는 1대도 없다. 지난 2015년 전용기와 전용 헬기를 모두 대한항공(003490)에 매각했다. 당시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소속이던 전용기 운항팀 조종사와 승무원, 정비인력도 대한항공으로 인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