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사업이 재진 환자에게만 허용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폐업을 결정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비대면 진료 업계에서는 2018년 출시 이후 2년만에 서비스를 중단해야했던 승합차 기반 운송서비스 '타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재진 환자에 대해서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초진의 경우 ▲섬·벽지 환자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등의 경우에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 한시적으로 허용한 약 배송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3개월의 계도기간을 두고 제도 변경사항에 대해 안내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사업 축소 수순을 밟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의 대다수가 초진 환자인 상황에서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사업을 시작한 비대면진료·약배달 스타트업 '바로필'은 최근 고객 안내문을 통해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다. 바로필은 "정부의 비대면진료 서비스에 대한 사업 축소 등의 사유로 부득이하게 이달 말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했다.
스타트업 성장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바로필은 재택치료가 급증한 작년 3월 이용 고객이 늘면서 월간 활성이용자수가 4만700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작년 6월에는 1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 수요가 줄면서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이달 8일에는 여성을 대상으로 비대면 질염·STD검사(성병검사)를 해왔던 체킷(CheKIT)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체킷은 "정부 지침에 의해 6월부터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해짐에따라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2020년 1월 출시된 한의원 비대면 진료 플랫폼 '파닥(find a doctor)'과 남성 메디컬 헬스케어 플랫폼 '썰즈'도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썰즈의 경우 지난해 프리A 단계 및 시드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비대면 진료업계가 기존 업체들과의 갈등으로 사업이 축소된 타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타다는 2018년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을 내세워 사업 출시 9개월만에 100만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반발로 2020년 타다 베이직 사업을 중단했고, 이듬해 '타다 넥스트'를 선보이며 부활을 노렸지만 경쟁에서 밀렸다. 타다의 운영사 VCNC는 지난해 2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8년간 갈등 중인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도 비슷한 사례다. 변협은 2021년 소속 변호사들이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할 경우 징계할 수 있도록 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2월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로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변협과 서울변호사협회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지난달에 법원이 인용하며 사건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직후 비대면 진료 시장이 열릴때는 업체가 30곳 정도로 늘었고, 자연스럽게 서비스 고도화 경쟁이 벌어졌다"면서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진료 사업을 허용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는 달리 현재 업체들은 아무 사업도 할 수 없어 고사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