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긴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한국 석유화학 업계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에서 기초·고부가 소재를 수입·가공한 뒤 미국 등에 수출해 왔는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중국의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한국 석유화학 기업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26일 외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8~19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나 양국 간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회복되는 듯했으나, 올해 2월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국 영공을 침범하며 다시 경색됐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당초 올해 2월로 예정돼 있었으나, 정찰 풍선 사태가 터지면서 무기한 연기됐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양국의 관계 개선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 석유화학 제품의 최다 수입국이다.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기초·고부가 소재 등을 수입한 뒤 이를 가공한 완성품을 미국 및 다른 나라에 수출한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관계 개선 시 가장 많은 수혜를 볼 업종은 석유화학"이라며 "중국의 수출이 회복되면, 중국으로 향하는 한국의 고부가 소재 수출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잇달아 적자를 내며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롯데케미칼(011170)은 지난해 7626억원의 영업손실(연결기준)을 기록했고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LG화학(051910)도 주력 사업인 케미칼(석유화학) 부문이 지난해 4분기 1659억원, 올해 1분기 5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효성화학(298000)은 지난 2021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68억원→332억원→681억원→1398억원→957억원→453억원 등 6개 분기에 4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석유화학 업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며 업체들의 신용등급도 내려가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LG화학의 신용등급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을 제외하고는 영업현금흐름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배터리 사업 확장이 지연되거나 석유화학 사업이 더 악화할 경우 등급이 추가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이스(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0~21일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낮췄다. 석유화학 업황 저하로 현금창출력이 약화했지만, 동박 사업을 영위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 지분 인수로 차입 부담이 커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효성화학 역시 이달 들어 신용등급이 잇달아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8일 효성화학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내렸다. 지난 5일에는 NICE신용평가가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긍정적)'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