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네컷은 스티커사진과 분명히 다르다. 즉석 사진이라는 속성만 같을 뿐, 이를 구현하는 방식은 시대 흐름에 따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인생네컷은 올해를 디지털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IP(지식재산권) 플랫폼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엘케이벤쳐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셀프 포토 스튜디오 브랜드 ‘인생네컷’과 고급 브랜드 ‘포토드링크’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스티커사진 기계처럼 길거리 키오스크(무인 단말기)였던 인생네컷을 엘케이벤쳐스가 인수해 2018년부터 브랜드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인생네컷은 반짝 유행을 넘어 1525세대(15~25세)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 덕에 엘케이벤쳐스는 코로나 기간에도 가파른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2020년 123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254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5억원에서 45억원으로 3배가 됐다. 올해 매출 494억원, 영업이익 99억원, 거래액 827억원을 기록해 내년에 기업공개(IPO)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엘케이벤쳐스에서 운영을 총괄하는 김준형 부사장을 서울 강남구 엘케이벤쳐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부사장은 일본 에이치아이, 아크로디아와 코스닥기업 세중(039310)을 거쳐 지난해 5월 엘케이벤쳐스에 입사했다.
-엘케이벤쳐스에 합류한 이유는.
“인생네컷처럼 인지도가 크고 특정 세대, 특정 성별이 압축된 플랫폼은 디지털로 전환됐을 때 강력한 힘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주 고객층인 15~25세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세대)로 불리는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필두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기업 입장에서는 이들 세대를 주 고객으로 둔 것이 매우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합류 당시에 이미 6~7개국에 진출한 상황이었는데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이 해외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고 해외사업 역시 비전이 있다고 판단했다.”
-엘케이벤쳐스는 어떻게 인생네컷을 시작하게 됐나.
“인생네컷은 2017년 4월에 만들어졌다. 당시엔 지금처럼 전국에 매장이 있는 브랜드가 아니었고, 과거 스티커사진처럼 길거리 가게 앞 작은 공간에 사진 부스가 세워진 모습이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키오스크 앞에 몇 미터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이호익 대표가 흥미롭게 보고 서울·경기 지역 총판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2017년 12월에 인생네컷을 인수했고, 인생네컷을 길거리 사진 부스가 아닌 셀프 스튜디오 매장으로 가꿔 브랜드화했다.”
-2000년대 유행하던 스티커사진과 무엇이 다른가.
“시대적 흐름에 대한 대처법이 완전히 다르다. 스티커사진이 등장한 2000년대 전후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하던 시기였다. 당시 아날로그 그 자체였던 스티커사진 시장이 계속 성장한다는 것은 거시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었다. 스티커사진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 건 불가항력적이고 필연적이었다.
지금은 디지털 네이티브의 시대다. 또 청년 세대들은 ‘포토프레스(Photo+Express)’ 세대라고 불릴 만큼 사진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이들에게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사진의 의미와 중요성이 점점 확장되는 상황에서 셀프 스튜디오 시장은 2000년대 스티커사진과 달리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시장이다.”
-셀프 스튜디오를 ‘산업’이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 3000억원 되는 시장 규모로 셀프 스튜디오가 산업화 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사업모델이 단출하기도 하다. 또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아 경쟁사도 우후죽순 늘고 있다. 확인된 것만 40여개가 된다. 너도나도 매장형 셀프 스튜디오를 차리고 있어 결국 인테리어 싸움, 입지 싸움이 되어가고 있기도 하다.
인생네컷의 경우 2018년에 처음으로 매장을 낸 뒤 이미 4년이 넘었고 매장도 국내에 400개가 넘어가다 보니, 개별 매장의 입지와 인테리어를 하나하나 개선하기엔 덩치가 커져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우리 매장은 뒷골목에 있는데 신생 업체 매장은 중심 상권에 들어와 멋지게 꾸며놓으면 열세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다.”
-어떤 차별점으로 위기를 극복할 계획인가.
“디지털 전환으로 격차를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단순하게 앱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인생네컷 모바일 앱은 오프라인에서의 고객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앱에서 사진 프레임을 고르면 QR코드가 생성되고, 매장에 방문해 이를 스캔하면 결제가 되고 사진을 찍는 식이다.
앞으로는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매장에 방문하면 앱이 이를 인지하고, QR코드를 찍으면 고객 맞춤형 꾸미기 패키지가 제공될 수도 있다. 또는 앱에서 사진 프레임을 선택하면 그 프레임에 어울리는 조명이 사진 부스에 자동으로 설정되는 등 앱을 기반으로 한 여러 개인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스튜디오 자체도 디지털화할 생각이다. 지난 22일 서울 신촌명물사거리점이 오픈했는데, 이 매장은 포토부스에 75인치 디스플레이가 설치됐다. 키오스크로 원하는 색을 골라 띄울 수 있다. 촬영된 사진에 필터를 덧씌우는 게 아니라 촬영하기 전에 피부색에 맞춰 톤을 설정할 수 있다.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개발로 이런 혁신 매장을 늘려갈 생각이다.”
-현재 해외 12개국에 진출해 있다.
“해외 매장들을 보면 인생네컷 사업 초기를 보는 것 같다. 보통 3~4개월, 늦어도 6개월 안에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만큼 반응이 뜨겁다. K팝이나 K콘텐츠의 저력 덕분이다. 한국의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를 좋아하는 해외 팬들은 한국에서 유행하는 것에 대한 수용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인생네컷이 한국에서 잘 될수록, 해외에서 한국 문화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해외 사업도 잘 된다.
통상 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만 인기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북미나 유럽에서 인기가 많다. 영국 매장은 한 달에 1억원 이상이 벌린다. 고객들도 현지인이 대부분이다. 올해 프랜차이즈 계약이 이뤄진 곳은 13~14개 국가다. 올해 20~30개국에서 매장이 더 열릴 것으로 보인다.”
-IPO를 준비 중이다.
“이르면 내년 가을, 늦어도 내후년 상반기에는 상장하려고 한다. 지금은 인생네컷이 프랜차이즈 사업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한데,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려고 한다. 다양한 사업모델을 계속 추가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연간 2760만명에 이르는 인생네컷 이용자를 앱으로 유인하면 커뮤니티, 전자상거래 등 사업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진다. 이후에는 인앱결제를 통해 외형을 키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