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004800) 회장이 베트남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22~24일 베트남을 방문한다. 부산 세계 박람회(부산 엑스포) 4차 프레젠테이션(PT)이 진행되는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는 조현상 효성 부회장이 참석하지만, 베트남에는 조 회장이 직접 참여하기로 했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북쪽(하노이)은 삼성전자(005930)·현대차(005380), 중부(다낭)는 LG(003550), 남쪽(호찌민)은 효성'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베트남은 우리 기업들에 친숙한 국가다. 국내 많은 기업이 베트남을 주력 사업의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는 만큼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 베트남서 북진하는 효성... 효성화학, 안정화 점검할 듯
조 회장의 베트남 사랑은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효성은 지난 2007년 호찌민 인근 동나이 지역에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며 진출한 이후, 현재 총 6개의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다. 올해 초에는 조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베트남 신사업을 총괄하는 'Team VICTORIA(팀 빅토리아)'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효성은 베트남 법인에서 타이어 보강재와 스판덱스, 에어백 원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효성 그룹이 투입한 누적 투자 금액은 5조원 이상으로 베트남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로는 3위 규모다.
효성의 거점은 남부 지역에 집중돼 있었지만, 점차 중부와 북부 등 전 지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2018년에는 중부 꽝남성에 꽝남 법인을 설립해 타이어 보강재와 에어백 생산을 시작했다. 북부 지역인 박닌성에서는 2020년부터 현금자동인출기(ATM) 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말에는 효성화학의 베트남법인인 효성비나케미칼이 13억 달러(약 1조6600억원)를 투자해 베트남 남부 바리아 붕따우성 까이멥 산업단지에 폴리프로필렌(PP) 공장 및 지하 액화석유가스(LPG) 저장 탱크를 건설했다.
효성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32억 달러(약 4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매출도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효성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탄소섬유의 생산시설을 베트남에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베트남 법인을 점검할 계획이다. 바리아 붕따우성 공장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해야 했지만, 일부 공장 가동이 지연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1~3분기 효성화학의 설비 가동률은 70.97%로 떨어졌다. 여기에 석유화학 업황이 침체하면서 19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효성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은 이미 정상화됐고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석유화학 업황이 하반기 이후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업황 회복에 따라 신규 투자에 대한 본격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삼성·LG·현대차, 투자보다는 협력 과제 논의할 듯
베트남은 글로벌 생산기지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005930)가 베트남 북부지역인 박린과 타이응우옌 등 두 곳에 스마트폰 공장을 운영하며, 전체 생산량의 약 50%를 생산하고 있다.
또 하노이에는 5세대 이동통신(5G)과 인공지능(AI) 등을 연구하는 연구개발(R&D)센터를 지었다. 지난해 12월 준공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참석했다. 가전의 경우, 베트남 남부 호찌민에 생산라인을 두고 있다.
LG는 지난 3월 북부 지역인 하노이에서 LG전자(066570) 베트남 R&D법인을 열었다. 그간 운영했던 R&D센터를 법인으로 승격했다. LG전자는 중부 지역인 다낭에도 전장R&D센터 분소를 두고 있다. 남쪽인 호찌민에는 LG화학(051910) 베트남 법인이 자리 잡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베트남 탄콩그룹과 합작 생산법인 현대탄콩(HTMV)을 설립해 'i10′, '엑센트', '투싼', '싼타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2공장이 준공되면서 연간 10만대의 생산 규모를 추가로 확보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베트남 하노이 인근 화락 하이테크 단지에 항공기 엔진 부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투자가 주춤한 모습이다. 글로벌 수요 침체와 함께 공급망 사태 이후 글로벌 생산기지를 인도, 인도네시아 등으로 분산한 영향이다. 올해 1분기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금액은 4억7440만달러(약 6070억원)로 작년 동기(16억680만달러·약 2조570억원) 대비 70.4%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35%로 추산된다"며 "이번 방문에서는 공급망이나 미래산업 등 협력 과제 발굴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 특히 지난 3월 보 반 트엉 국가주석이 새로 취임하면서 한국 경제계와 일종의 상견례를 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