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009540), 삼성중공업(010140), 한화오션(042660) 등 대형 조선 3사가 확보한 일감이 130조원을 넘어섰다. 충분한 일감을 쌓은 조선사들은 수익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먹거리 선박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들 3사의 지난달 말 조선 부문 수주잔량은 707척, 인도 기준 수주 잔액은 1061억달러(약 136조원) 규모다. 해양·플랜트·엔진 등 다른 부문 수주분은 제외한 실적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상선, 특수선 등의 일감만 53척·173억달러(약 22조원) 늘었다.
회사별로 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말 기준 총 442척·556억달러(71조원)의 일감을 확보했다. HD현대중공업(329180) 156척·277억달러, 현대미포조선 173척·89억달러, 현대삼호중공업 113척·190억달러 등이다. 삼성중공업의 수주잔량은 143척·264억달러(약 34조원), 한화오션의 쌓아둔 일감은 122척·241억달러(약 31조원)다.
이들 회사는 넉넉한 일감에 힘입어 모두 수익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2028년 인도 예정 선박을 주문받을 정도로 일감이 충분해 수익성이 없는 물건은 받지 않는 것이다. 선별 수주로 선박의 가격도 오름세다. 새로 건조하는 선박의 가격 지표인 클락슨리서치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사상 최고치인 170선을 넘어섰다.
'턴어라운드(turn around·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 1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한국조선해양도 올해 2분기부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오션은 3분기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일감이 몰리면서 부족해진 인력을 확보하는 과제가 남았다. 또 수주가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컨테이너선에 쏠린 점도 부담이다. 이 선박들의 시황이 악화하면 언제든지 수주 가뭄이 찾아올 수 있어,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조선 3사의 수주잔량 707척 가운데 LNG선(253척·35.8%)과 컨테이너선(245척·34.7%)의 비중이 70%를 웃돌고 있다.
조선 3사는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친환경 선박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꼽히는 메탄올 추진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 세계에서 발주한 메탄올 추진선 87척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이 절반 수준인 43척의 건조계약을 따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메탄올 추진선과 수소·암모니아 운반선, 이산화탄소 운반선 등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