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계에 투자 혹한기가 지속되면서 기술을 인정받아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사업에 선정된 초기 스타트업들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TIPS는 민간과 정부가 합심해 우수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큰 자금이 필요하지 않은 기업마저 인력 감축을 단행하자 업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기반 지식 큐레이션(정보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 플랫폼 ‘피큐레잇’은 최근 인력의 80%를 정리했다. 피큐레잇은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뉴스와 블로그, 이미지 등 콘텐츠를 즐겨찾기 형태로 저장하고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AI가 웹페이지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유용한 웹페이지도 추천해 준다.
송석규 피큐레잇 최고경영자(CEO)는 “직원 18명 중 3명만 남았다. 시장 상황이 악화됐고 내부적으로 개발팀을 다시 구축해야 할 필요성도 있어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피큐레잇은 2019년 설립 이후 ‘KDB 스타트업 프로그램’, ‘한양대학교 린밸류업 엑셀러레이팅’ 등 다양한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창업기획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2020년 정식 서비스를 출시한 뒤에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작년 8월 TIPS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스타트업 성장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피큐레잇은 작년 4월 5억원 규모의 프리A 단계 투자를 유치한 후 추가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작년 9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한·미 스타트업 서밋(summit·회담)에 참석하는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섰지만, 투자 유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피큐레잇의 누적 투자금은 8억3000만원이다.
규모가 더 큰 기업들도 구조조정을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 구독 플랫폼 ‘클래스101′도 최근 구독 비즈니스 등 핵심 사업을 뺀 나머지 부문을 대상으로 전체 인원의 약 10%를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래스101은 지난해 매출 65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이 289억원에 달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 4월에는 국내 프롭테크 1위 기업인 직방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에 나섰다. 직방의 지난해 매출은 883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그러나 영업손실이 전년 82억원 대비 289억원 급증한 371억원을 기록하면서 인력 감축에 나섰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거래량이 급감한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벤처 캐피털(VC)도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 고객 확보 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 체감상 기업 대부분이 인력을 축소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팁스 사업에 선정된 기업은 초기 스타트업 중에선 앞서가는 회사들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런 회사들조차 구조조정에 나선다면 다른 기업들은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스타트업의 자금난이 심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