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령의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도 나이가 많아서, 휠체어 동반 외출을 부담스러워하세요. 그럴 때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시고 매우 만족해하십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파파 크루’(파파모빌리티 직원) 장성훈 씨는 휠체어를 실을 수 있도록 개조한 차량 내부를 소개한 뒤 이같이 말했다. 병원에서 차고지로 돌아가는 파파모빌리티(이하 파파)의 휠체어카에 동승해 보니, 2021년식 카니발의 3열 좌석과 트렁크 부분을 들어내고 설치한 휠체어 탑승 공간은 전동 휠체어가 들어가고도 넉넉할 정도로 넓었다.

파파모빌리티의 휠체어용 특수차량. / 박정엽 기자

휠체어 탑승부는 창이 넓어 바깥 풍경이 눈에 잘 들어왔다. 장 씨는 자주 외출하기 힘든 승객들은 주행 중 창밖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한다고 했다. 2열 좌석에는 고령의 보호자를 위한 보조 손잡이, 생수병이 구비돼 있었다.

이날 진료를 마치고 병원 현관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파파 휠체어카를 바라봤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특수차량을 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의 장애인콜택시는 5월말 현재 664대에 불과해 만성적 공급 부족 상태다.

파파는 2019년 6월 정보통신기술(IT) 플랫폼 기반 운송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2020년 3월 국회가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불린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직격타를 맞았다. 이후 장애인·노인의 통원처럼 교통약자가 이동할 때 겪는 어려움에 주목했다. 고객이 원할 경우 차량 승하차 전후의 이동까지도 돕는 ‘파파 에스코트’ 서비스로 기존 차량 호출 서비스와 차별화했다.

다만 정부 규제로 운행할 수 있는 차량 수가 100대(휠체어 탑승 가능한 특수차량 10대 포함)로 정해진 게 고민이다. 정부에 증차를 요구했으나 수개월째 답이 없다. 이 과정에서 파파는 수십억원의 적자가 이어졌고, 대주주인 코오롱(002020)그룹은 지난해 수차례 유상증자 등으로 약 17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차량 수가 늘지 않으면 ‘규모의 경제’가 어려워 사업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진다.

파파의 수익 모델은 비즈니스용 또는 외국인 관광객용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한 고가 요금제다. ‘사장님 전용택시’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일본 ‘하이야(HIRE)’ 서비스의 한국판이다. 하이야는 고객이 기사와 차량을 정해진 시간 동안 고용(HIRE)하는 일종의 전세 택시다. 지난해말 일본 교토를 기준으로 일반 택시 서비스가 시간당 약 7만8000원 수준인데 비해, 하이야 서비스는 시간당 최고 37만원까지 서비스 요금이 부과된다.

수개월~수년에 이르는 장기 계약이 가능하고 기사를 지명하거나 외국어가 가능한 기사를 요구할 때는 추가 요금이 있다. 파파는 호텔, 항공사와 함께 프리미엄 서비스를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협업하고 있다.

파파모빌리티의 휠체어용 차량./ 박정엽 기자

파파의 핵심 경쟁력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파파 크루’는 편도 운송 과정의 운전자와 차별화하기 위해 만든 이름이다. 프리미엄 고객이나 교통약자에게 호텔 종사자 또는 전담기사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위해 회사는 완전 월급제 방식으로 140명 규모의 ‘파파 크루’를 직접 고용했다. 개발자와 경영 직군의 합계는 60명이다.

에스코트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전직 군사경찰, 경찰 등을 파파 크루로 채용했다. 군·경 경력자는 30명 수준이다. 파파 크루는 특수차량이나 등하교 지원 등 담당 영역별로 서비스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업무역량을 키운다. 경험이 풍부하고 적극적인 파파 크루는 신입 크루를 교육하고 서비스 개발까지 하는 ‘퍼플 크루’로 발탁한다. 이들이 참여하는 ‘파파여정연구소’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의 전초기지다.

100대로 상한선이 정해진 차량 수는 수익을 기대하기에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교통약자, 호텔, 항공사 등에 ‘긴급한 상황에서 고객이 부르면 언제나 도착한다’는 믿음을 주기에도 부족하다. 회사는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차량을 600대 추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파파는 280대라도 늘려 달라는 요구를 올해 초 다시 전달했다.

국토부는 택시의 눈치를 보며 수 개월간 판단을 미루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5월 파파의 증차를 검토하는 심의위원회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오는 19일에 다시 심의위를 열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업이라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 그 손실은 사업주가 다 떠안아야 한다. 증차를 기다리던 중 이미 무산된 계약도 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다면 사업을 지속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