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산하 문화재단은 공익 목적으로 운영돼 대부분은 손실을 감내하거나, 수익을 내더라도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삼성그룹 산하 삼성문화재단은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서 나오는 배당금과 이자로 상당한 수준의 이익을 얻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문화재단 당기운영이익은 약 90억원이다. 실질적인 사업 매출은 미미하지만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 계열사 주식에서 발생한 배당금과 이자가 수익으로 잡힌 결과다. 지난해 재단의 연간 사업수입 592억원 중 배당금과 이자로 구성된 투자자산수익은 560억원으로 95%가량을 차지했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전경. /삼성문화재단 제공

삼성문화재단은 삼성그룹에서 문화예술 관련 공익사업을 하는 유일한 문화재단이다. 1965년에 설립돼 그룹 내 삼성생명공익재단(1982년), 삼성복지재단(1989년), 호암재단(1997년) 중 가장 오래됐다. 리움, 호암미술관을 운영하고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 예술가를 지원하는 사업을 주로 한다.

통상 대기업 문화재단은 오너 사재 출연으로 설립된다. 이후 계열사에서 출연금과 기부금을 매년 받지만 그 이상을 사업비용으로 지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술관은 대부분 적자를 본다. 작품 매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시 입장료, 프로그램 운영비, 기념품 판매, 부대시설 운영 등이 사실상 수입의 전부다.

실제 비슷한 성격의 다른 그룹사 문화재단 상당수는 지난해 이익을 내지 못했다. LG(003550)연암문화재단은 42억원의 당기운영손실을 기록했고 롯데문화재단은 7642만원 손실을 냈다. 한화(000880)문화재단은 손실을 보진 않았지만 이익이 2562만원에 그쳤다. SK(034730)현대차(005380)그룹은 각각 행복나눔재단, 정몽구재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문화예술보다는 사회복지, 교육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032830)(4.68%), 삼성화재(000810)(3.06%), 삼성물산(028260)(0.61%), 삼성SDI(006400)(0.58%), 삼성증권(016360)(0.22%), 삼성전자(005930)(0.03%) 등 6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가 출연한 게 대부분이고 재단도 직접 취득했다. 장부가액으로 환산하면 1조4317억원 규모다.

지난해 삼성문화재단 배당금 수익은 542억원으로 집계됐다. 종목별 배당금은 삼성생명이 28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화재(174억원), 삼성물산(48억원), 삼성전자(27억원), 삼성증권(7억4477만원), 삼성SDI(4억원)가 뒤를 이었다. 배당금 외 이자 수익은 18억원이다. 삼성 외에 LG, 롯데문화재단도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지만 평가액이나 배당 규모가 삼성만큼 크진 않다. 한화문화재단은 따로 보유한 주식이 없다.

대기업은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목적으로 비영리법인을 통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2020년 말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취득 또는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원칙적으로 행사할 수 없게 했다. 임원 선임, 정관 변경, 기업 합병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오너 일가,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해 15%까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삼성문화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도 순차적으로 상실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한도는 지난 2년 간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 30%를 시작으로 오는 2026년까지 15%로 매년 5%포인트씩 낮아진다. 지난해 말 재단이 보유한 종목 중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가장 높은 건 삼성생명(45.29%)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