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오늘 반바지 입은 사람 몇명이나 보셨나요?"
지난 12일 HD현대(267250)의 경기 성남시 글로벌R&D센터(GRC)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선 반바지가 화두에 올랐다. HD현대가 이날부터 GRC에 자율복장제도인 '쿨비즈(Cool-Biz)'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HD현대는 사내 공지를 통해 '유연하고 창의적인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GRC에 쿨비즈를 도입한다. 개인별 업무 목적과 상황에 맞는 자율복장제도를 실시해달라'고 했다.
HD현대는 쿨비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반바지 착용도 허용된다고 했다. 레깅스, 트레이닝복, 잠옷, 노출이 심한 복장 등 여러 사람이 근무하는 공간에 적합하지 않은 복장만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캐주얼한 복장이 많이 없으면 정장을 입으셔도 무방하다'고 했다. 개인이 TPO(시간·장소·상황)를 고려해 자유롭게 착용하라는 취지다.
직원들은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GRC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이미 금융권과 공기업 등에서 자율복장제가 도입된 지가 오래됐는데 이렇게 눈치를 보는 것이 HD현대 조직 문화의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GRC에만 자율복장제를 도입한 것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HD현대중공업(329180) 울산조선소 직원들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출퇴근 복장이라도 자유롭게 입을 수 있도록 노조에 건의하겠다", "여직원들과 비교해 남직원들의 복장만 너무 경직돼 있다" 등의 의견을 냈다.
HD현대가 올해부터 자율복장제를 시행하는 배경 중 하나로는 전기요금이 꼽힌다. 전기요금은 2021년 킬로와트시(㎾h)당 105.5원(산업용 기준)에서 현재 154.6원으로 46.5% 올랐다.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한 현장에선 실내권장 온도(26℃) 유지 등 냉방관리 전기절약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HD현대가 GRC를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을 강화한 영향도 있다. HD현대는 올해 들어 ▲종이컵 대신 텀블러나 개입컵 사용 캠페인 ▲실내 온도 1℃ 낮추기 캠페인 ▲업무용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바꾸는 EV100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